안철수 창당 딜레마?… 28일 회견서 정치세력화 입장 표명
입력 2013-11-25 05:28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오는 28일 신당 창당 선언이 아닌 정치세력화에 관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철수 신당을 둘러싼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정치세력화는 곧 창당을 의미하지만 굳이 창당을 언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말 못할 창당 딜레마에 빠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유의 애매모호한 정치화법을 다시 구사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될 전망이다.
안 의원은 입장 표명에 대해 “창당 선언이 아니라 구체적인 계획을 설명하는 자리”라고 말하고 있다. 안 의원 측 관계자도 24일 “창당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겠지만 멀리 보면 창당할 것이라는 대전제는 깔려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안 의원이 내년 6·2 지방선거와 7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창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안 의원은 잠행할 것이라는 일반적 예상과 달리 지난 4월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새 정치를 함께할 사람을 모았던 만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부수를 던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행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세력화를 말하지만 창당은 아니고, 창당은 하지만 당장은 아니라는 안 의원 측의 설명은 자연스럽지 않다. 창당 및 창당 시점을 명확히 밝힐 준비가 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안 의원 측 내부에서는 당초 내년 지방선거 전 창당 방안이 유력했으나 최근 들어 2016년 총선 전 창당 방안이 부상하면서 두 견해가 충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물급 인사를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 전에 영입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단계적 창당을 하자는 논리도 나온다.
그러나 창당을 늦출 경우 ‘지방선거 전 창당’을 기대하고 있던 지지층이 이탈하고, 창당에 대한 국민적 피로도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대선 당시에도 논란이 됐듯 과제를 미룬다거나 실체가 애매모호하다는 식의 안 의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증폭될 수 있다. 안 의원 측에서는 “지방선거 전에 창당한 사례가 없다”는 말이 흘러나오지만 그동안 정치공학적 계산을 거부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편 안 의원은 지난해 대선후보 사퇴 꼭 1년 만인 23일 충남 천안 단국대 천안캠퍼스에서 열린 안희정 충남도지사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야권 단일 후보를 놓고 안 의원과 맞붙었던 민주당 문재인 의원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 지도부와 친노 인사 등 3000여명이 몰렸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축사에서 “대선 후보 출정식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치켜세웠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