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해외수주 48년 만에 1000억 달러 돌파

입력 2013-11-24 18:02 수정 2013-11-25 00:02


현대건설이 1965년 국내 첫 해외수주를 기록한 이후 48년 만에 해외 누적 수주 1000억 달러 돌파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현대건설은 22일 중남미 지역에서 14억 달러 규모의 정유공장 공사를 따내며 해외 누적 수주액 1010억527만 달러(약 107조원)를 달성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는 지금까지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수주한 5970억 달러(633조원)의 17%에 달하는 금액이다. 2위 대우건설의 485억 달러와 비교해도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대기록이다.

현대건설은 그간 55개국에서 781건의 공사를 맡았다. 중동에서 547억 달러를 수주한 것을 비롯해 아시아(319억 달러), 아프리카(72억 달러), 중남미(38억 달러), 독립국가연합(CIS)과 북미(34억 달러)에서도 ‘건설 한국’의 발자취를 남겼다.

◇현대건설의 역사가 곧 국내 건설사(史)=현대건설은 65년 11월 태국 남부 파타니~나라티왓 구간 98㎞ 고속도로 공사를 540만 달러에 수주하며 해외 진출의 스타트를 끊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2년이 넘는 공사 기간 115만 달러를 추가로 투입하며 큰 손실을 입었다. 낯선 열대기후가 공사를 방해한 데다 도로건설 경험도 부족한 탓에 값비싼 수업료를 치러야 했다.

첫 해외 공사는 손실이 컸지만 해외 진출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 태국 수주 이듬해 현대건설은 베트남에 진출했다. 60년대 말에는 괌, 호주, 파푸아뉴기니, 알래스카 등으로 뻗어나갔다.

현대건설은 75년에 바레인 조선소 공사를 시작으로 중동 진출을 본격화했다. 이듬해에는 당시 ‘20세기 최대 역사(役事)’로 일컬어졌던 9억3000만 달러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공사를 따냈다. 수주액만 놓고 봤을 때 당시 우리 정부 예산의 25%에 해당했고 전년도 해외 건설 수주 총액(8억1000만 달러)보다도 많았다. 85년에 완공된 말레이시아 페낭대교는 외국 회사들보다 공기를 앞당기겠다고 약속해 수주를 따낸 것으로 건설 당시 세계에서 세 번째(13.5㎞)로 길었다.

현대건설은 82년에 싱가포르 마리나센터 건설 공사 수주 등 동남아 시장에서도 수주를 이어가며 같은 해 해외 공사 누적 수주액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90년대 중반부터 플랜트 공사를 본격화해 이란 사우스파 가스처리시설 관련 2·3·4·5단계 공사를 따냈다. 2008년에는 카타르에서 21억 달러짜리 복합화력발전소 공사를 낙찰받아 당시 단일 공사로는 최대 규모의 해외 공사 수주 기록을 세웠다.

2006년에 누적 수주액 500억 달러를 달성한 후에는 해외 수주액이 더욱 늘어 7년 만에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단순 시공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플랜트 사업과 원자력발전소 시공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 결과다.

◇제2의 중흥 맞은 해외 건설=국내 건설사의 해외 진출은 성공과 좌절을 반복했다. 70년대 중동 건설 붐이 일면서 한때 세계 2위 건설 강국으로 이름을 올렸지만 유가 하락과 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부침을 거듭해 왔다.

70년대 중반까지 국내 건설사의 일감은 미군 시설 및 차관 사업에 집중됐다. 그러던 중 73년 삼환기업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도로공사를 수주하며 중동에 처음 진출했다. 70년대 중반 두 차례 오일 쇼크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산유국들이 항만, 도로 등에 집중 투자하며 중동 건설의 황금기가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76년 25억 달러에서 81년 137억 달러로 해외 수주 규모를 5배 넘게 늘렸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산유국들이 석유화학공장 등 생산기반 건설에 투자를 집중하며 ‘제2의 중동 붐’이 일고 있다. 2007년 397억 달러, 지난해에는 649억 달러를 달성하는 등 최근 6년간 해외 수주액이 국내 전체 누적 해외 수주액(5970억 달러)의 절반을 넘는 3829억 달러를 기록 중이다. 2010년에는 400억 달러(시공 부문 200억 달러) 규모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프로젝트를 수주해 한국형 원전 첫 수출 기록을 수립했다.

하지만 국내 기업 간 과다 경쟁과 저가 수주로 실적이 악화되는 경우도 있어 수익성 확보 노력이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여전한 수주 지역 편중도 향후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