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보험정보 관리 엉망 800여만건 멋대로 방치
입력 2013-11-24 18:01
고객의 질병정보 등이 담긴 보험 정보를 허술히 관리해 온 보험개발원과 양 보험협회에 중징계가 내려졌다. 보험개발원이 허술히 관리한 고객 정보는 800만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 관련 개인정보 관리 실태가 엉망이 되자 소비자 보호단체인 금융소비자연맹은 공동 소송 신청을 접수하는 중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보험 정보 관리실태를 조사하고 고객의 동의 없이 보험 정보를 관리한 보험개발원과 생·손보협회에 기관주의 조치를 내렸다고 24일 밝혔다.
개인보험 정보를 가장 많이 가진 보험개발원은 교통사고 원인 등의 민감한 고객 정보 약 800만건을 보험사뿐 아니라 대리점, 설계사까지 수시로 볼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텔레마케팅에 동의한 대상이 아닌 423만건의 보험 만기일자 등 계약 정보를 보험사들이 일괄 조회할 수 있도록 승인하기도 했다.
보험개발원은 보험정보망의 개인정보 이용자에게 아이디·비밀번호를 직접 부여해 엄격히 관리해야 했지만, 보험사들에 이용자의 아이디·비밀번호를 넘겨 직접 정보망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해당 아이디·비밀번호로 조회할 수 있는 정보 범위와 이용 목적도 제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과 설계사들도 보험계약의 세부내용 등 개인정보를 조회하는 것이 가능했다.
생보협회는 2007년 7월부터 지난 1월까지 규정을 어기고 125종의 보험정보를 추가로 관리하다가 기관주의·시정명령을 받았다. 손보협회도 2010년 10월부터 고객의 위험등급과 직업·직종 등 10종의 보험계약정보를 금융위원회의 승인 없이 활용하다 적발돼 역시 기관주의·시정명령을 받았다.
금감원은 이러한 부실 관리에 따라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되거나, 부당 영업에 쓰이지는 않았을 것으로 본다. 금감원 관계자는 “2011년 7월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의 조종사가 사고를 당했을 때 보험협회들이 이 조종사의 보험 가입내역을 확인했다는 사실이 점검의 계기였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고객 동의 없이 개인정보가 집적되는 관리 실태에 대해 점검한 것으로, 개인정보가 영업 등에 오용됐다는 민원은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보험 개인정보 허술 관리 실태가 거듭 불거지자 금융소비자연맹은 다음달 10일까지 공동소송 신청을 접수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일단 생보사의 취득 정보가 생보협회를 통해 타 보험사들에 제공된 것에 대해 피해사례를 찾고, 법원에 내는 인지대 등 실비만 받고 무료 변론을 해 주기로 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정당한 보험소비자의 권리를 찾기 위한 무료 공동 소송”이라고 강조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