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협상 극적 타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역할이 컸다
입력 2013-11-24 17:58
지난 6월 15일(현지시간) 하산 로하니(65)가 11대 이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변화를 원하는 시민의 바람이 반영된 결과라는 진단이 나왔다. 그는 당선 수락 연설에서 “나는 온건·중도 지향으로 단 한 번도 극단주의자였던 적이 없었다”며 대화와 협력을 통해 경색된 국제관계를 깨겠다고 약속했다.
로하니는 취임 후 가장 먼저 이란을 수십년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켜 경제난을 가져온 핵 문제에 손을 댔다. 그는 유엔 총회에 참석한 지난 9월 25일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핵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을 진전시킬 유일한 방법은 협상에 단기간의 시간표를 설정하고 마무리를 짓는 것”이라며 “짧아질수록 모두에게 이득”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란은 3개월을 기꺼이 선택할 것이고 6개월이어도 괜찮다. 몇 년이 아닌 몇 달의 문제여야 한다”며 외교 공세에 나섰다.
로하니에겐 ‘외교의 왕’이라는 별명이 있다. 그는 이슬람 혁명 직후 국회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해 외교·안보 분야 요직을 맡았다. 페르시아어 외에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아랍어를 한다.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 시절 초대 이란 핵 협상단 수석대표(2003∼2005년)를 지냈다. 2004년엔 유엔 제재를 피하려고 우라늄 농축을 한시적으로 중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핵개발을 진행하면서도 서방 제재를 피해 가는 수를 낸 것이다. 서방에 강경 기조를 고수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과는 갈등을 빚다가 수석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로하니는 미국 영국 등 서방국가 정상들과 잇따라 접촉하며 화해 분위기를 조성했다. 지난 9월 말 유엔총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리무진 안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통화했고, 제네바 핵 협상을 하루 앞둔 지난 19일에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통화했다.
미국과 이란 정상이 직접 접촉하기는 77년 정상회담 이후 처음이었다. 이란-영국 정상이 직접 대화하긴 11년 만이었다. 로하니는 트위터로 오바마와 나눈 대화를 영어로 소개하기도 했다. 모두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됐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