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협상 극적 타결] 北, 리비아·우크라·미얀마 모델 모두 거부
입력 2013-11-24 17:59
이란 핵협상이 24일(현지시간) 극적으로 타결됐지만 이란식 핵포기 해법을 북한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의 핵협상에서 모범적인 사례로 인식된 리비아와 우크라이나, 미얀마 모델 등도 모두 북한이 거부 반응을 보인 전례가 있다.
리비아 모델은 핵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과의 관계 개선 등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리비아는 핵 개발을 추진하던 2003년 대량살상무기(WMD) 포기를 선언했고, 미국은 관계 정상화를 약속했다. 미국은 이듬해 단절된 국교를 회복시키기 위해 리비아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하고 경제제재 조치를 해제했다.
우크라이나 모델은 1994년 5월 우크라이나와 미국 러시아 영국 간에 체결된 다자간 합의각서가 기초다. 소련 해체 이후 우크라이나에 집중 배치돼 있던 핵무기를 해체하기 위해 나온 방안이다. 미국과 러시아 영국은 다자간 합의각서 체결로 핵을 제거하는 대신 다자간 안전 보장과 우크라이나의 주권·영토를 보장했다.
북한은 리비아와 우크라이나 모델에 대해 극력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지난 3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제국주의자들의 압력과 회유에 못 이겨 이미 있던 전쟁 억제력마저 포기했다가 종당에는(끝내는) 침략의 희생물이 되고만 발칸반도와 중동지역 나라들의 교훈을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한다”며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더욱 강화했다. 오히려 2011년 리비아에서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가 살해된 점을 들어 올 3월 이후에는 핵 보유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는 우크라이나 비핵화 모델을 사용했지만 2002년 파기되기도 했다.
미얀마 모델은 최근까지 한·미가 주목하던 북핵 해법이었다. 핵 사찰을 받고 개혁·개방을 수용하는 대신 관계 정상화와 경제적 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미얀마는 2011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사찰을 수용했고, 이에 미국은 1억7000만 달러를 지원하고 관계 정상화를 약속했다. 지난 5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과 첫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공동 기자회견에서 “평양은 미얀마와 같은 나라에서 진행되는 사례를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은 미얀마식 해법의 첫 단계인 IAEA 핵사찰도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