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협상 타결] 여전히 핵무력 집착하는 北… 진정한 태도 변화가 관건
입력 2013-11-24 17:58 수정 2013-11-25 00:16
이란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및 독일(P5+1) 간 이란 핵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이제 국제사회의 압력에도 핵무기 개발을 공개적으로 지속하고 있는 정권은 북한이 유일한 곳이 됐다. 물론 이란 핵이 최종적으로 폐기되기 위해선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전제가 붙지만, 이 같은 폐기 절차가 급물살을 탈 경우 앞으로 북한을 겨냥한 국제사회의 핵 폐기 압박은 한층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 핵 협상, 북핵 협상과 닮은꼴=이번 핵 협상으로 협상 당사국들은 유엔 안보리 및 서방국가들의 대이란 제재 완화, 핵 프로그램 중단(모라토리엄)에 합의했다. 이란과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간 핵 협상은 6자회담 틀 내에서의 북한과 한반도 핵심 관련국 간 협상과 유사하게 진행돼 왔다. 우선 이란이 원심분리기 가동 등을 통해 우라늄을 농축하는 등 핵 개발에 진력해왔다는 점과 이에 대해 국제사회가 석유제품 금수조치 등 가혹한 경제 제재를 진행해 온 점은 북한의 핵 개발, 국제사회 제재와 여러모로 비슷한 상황이다. 강력한 핵 비확산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이란에 이어 북한에도 핵 포기 압력을 한층 가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북핵 비핵화 문제는 한층 복잡=그러나 북한의 비핵화 해법은 이란보다 훨씬 복잡하다. 북한 김정은 체제는 핵무기를 체제 보장의 가장 강력한 카드로 간주하고 있고, 이미 핵무력·경제발전 병진 노선까지 헌법에 적시한 상태다. 결국 핵 폐기는 북한 정권의 결단이 필수적인 사안이지만 아직까지 변화의 신호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외교 소식통은 24일 “북한이 얼마 전부터 김일성·김정일 당시 비핵화 유훈을 따라야 한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지만 실제로 핵을 포기하겠다는 진정한 태도 변화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핵 개발 의사를 굽히지 않던 이란 수뇌부가 돌연 전향적인 입장으로 선회하고 협상에 적극 임해왔던 지난 몇 개월과는 지극히 상반된 것이다.
현실적으로 볼 때 북한의 비핵화는 관련국들의 지난 2개월간 협상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해법이 보이지 않고 있다. 6자회담 당사국들은 최근 한·미, 미·중, 한·중, 북·중 간 연쇄 접촉을 통해 꾸준히 비핵화 대화 재개의 문을 노크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 양국이 요구하는 ‘북한의 비핵화 사전조치 이행’은 요원한 상황이다.
◇결국 합의 이행이 관건=이란과 서방국가들 간 합의 내용은 북핵 6자회담 틀에서 2005년 9·19공동성명, 2007년 2·13합의 및 10·3합의, 지난해 북·미 간 2·29합의 등을 통해 이미 도출됐던 것이다. 북한과 6자회담 당사국들은 북한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수용, 현존하는 모든 핵 프로그램 폐기, 핵시설 불능화 등을 대가로 대규모 에너지 지원과 국교 정상화를 위한 워킹그룹 가동 등 이란·서방국가 간 합의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합의를 이끌어낸 바 있다. 하지만 이런 합의는 북한의 연쇄 핵실험으로 계속 파기됐고, 북핵 문제는 오히려 퇴보했다. 결국 핵 프로그램 폐기 협상의 본질은 당사국이 관련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는지에 따라 성패가 달려 있는 셈이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