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협상 극적 타결] 고농축 우라늄 생산 중단-경제제재 완화… ‘6개월짜리 교환’

입력 2013-11-24 17:49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타결된 이란 핵 협상을 보다 완전한 협정을 위한 ‘첫 단계’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 의미는 적지 않다. 핵무기 능력 제고를 향한 이란의 거침없는 행진을 일시나마 정지시켰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이 지난 10년 이상을 노력해 왔으나 한번도 뜻을 이루지 못한 목표다.

그래서 이번 잠정 협정은 오바마 대통령 외교정책의 승리로 평가된다. 단지 6개월 전엔 가장 낙관적인 이란 전문가에게도 이란이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이라는 것은 환상에 가까웠다. 우라늄과 플루토늄 농축 중단 등 이란의 양보는 결코 가볍게 볼 성질이 아니라는 게 백악관의 지적이다.

하지만 ‘한계와 위험’도 분명하다. 미국 협상팀이 자주 얘기해 온 것처럼 이번 잠정 협정이 15년 이상 축적돼 온 이란의 핵 능력을 해체시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향후 협상에 달려 있고, 그것에 이르는 길은 훨씬 험난할 가능성이 높다.

◇이란, 의미 있는 양보=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 및 독일(P5+1)과 이란 간 타결된 잠정 협정의 기본 구도는 이렇다. 이란이 우선 6개월간 거의 모든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동결하거나 축소하며 그에 대한 대가로 서방국들은 대(對)이란 경제 제재 일부를 완화하고 이란의 해외 자산 동결도 일부 해제한다는 것이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 계획의 목적은 단순하다. 이란이 자신들이 추진 중인 핵 프로그램이 평화적 목적에 국한된 것임과 핵무기 보유는 불가함을 스스로 보증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협정문의 가장 핵심적인 조항은 이란이 20% 순도의 농축 우라늄 생산을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순도 20% 농축 우라늄은 핵폭탄 원료로 쉽게 전용이 가능하다. 그리고 현재 이란이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450파운드의 순도 20% 우라늄은 천연우라늄과 섞어 희석하는 등의 방법으로 순도를 떨어뜨리도록 했다.

이란이 추진 중인 중수로(heavy water reactor) 건설을 중지하기로 한 것도 중요한 대목이다. 이 중수로가 작동되면 이란이 핵탄두에 사용될 수 있는 플루토늄을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협정 준수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기구 사찰단이 이란의 핵 관련 시설을 매일 방문해 모니터링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대한 대가로 이란은 서방과의 완전한 협정이 이뤄지기 전까지 6개월간 70억 달러 정도의 경제 제재 해제 조치를 받게 된다. 또 외국 금융기관에 예치됐다 동결된 36억 달러 가량의 금융자산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제재 해제는 한시적으로 이란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즉각 중단된다.

◇의회·이스라엘 등 반대 장애물=이란 핵능력 폐기를 위한 협정이 첫 단추를 꿰었지만 장애물이 적지 않다. 우선 이번 협상이 이란에 핵무기를 개발할 시간만 벌어주는 것이라고 믿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우방들의 반발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은 실질적인 양보 없이 핵능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이란은 믿기지 않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셈”이라고 비난했다.

대 이란 제재 해제에 회의적인 미 의회 강경파도 넘어야 할 산이다. 상원 외교위원회의 경우 공화당 소속은 물론 상당수 민주당 의원들도 이번 협상에 반대하고 있다.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더욱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은 이미 하원을 통과했으며 상원 금융위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심의 중이다.

존 코넌(텍사스·공화) 상원의원은 22일 밤 자신의 트위터에 “오바마케어로부터 관심을 돌리기 위해 백악관이 한 일을 생각하면 놀랍기만 하다”며 이번 협상 체결을 비꼬았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