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다른 공부해야 취업 문턱 훌쩍 넘죠… 눈에 띄는 이색학과들
입력 2013-11-24 17:45 수정 2013-11-24 19:51
‘취업 백수’ 25만명 시대다. 4년제 대학 졸업장을 버젓이 받아놓고도 취업하지 못하는 대졸 백수들이 매년 늘면서 대학에 입학하기 전부터 ‘졸업할 때’를 걱정하는 수험생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헬리콥터조종학과나 조리부사관과, 호텔조리김치발효과, 말산업레포츠과, 의료관광중국어과 등 졸업 즉시 취업이 가능한 이색 학과들이 하나둘 신설되면서 졸업 후 진로 고민이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눈길을 잡아끌고 있다. 이런 이색 학과에서는 어떤 공부를 하는지, 졸업 후 진로는 어떻게 되는지 자세히 살펴보자.
◇‘졸업 후 바로 軍 취업’ 취업률 걱정 NO…헬리콥터조종학과·조리부사관과=첫 졸업생을 배출한 2010년부터 3년 연속 취업률 100%를 달성하고 있는 한서대 헬리콥터조종학과는 국내 일반대학 중 헬리콥터 전문 조종사를 양성하는 유일한 학과다. 아시아 최초로 학교가 보유한 전용 비행장에서 항공기 5대와 시뮬레이터 1대로 4년 동안 100시간 이상의 다단계 비행훈련을 할 수 있다. 졸업과 동시에 육·해·공군은 물론 각종 민간업체와 관공서의 전문 조종사로 취업이 가능하다. 졸업 후 군 진출을 희망할 경우 1∼2학년 때 조종장학생으로 진로를 정하면 실습비를 포함한 학비 전액에 해당하는 장학금도 받을 수 있다.
한서대 헬리콥터학과의 가장 큰 장점은 졸업 때 이미 ‘자가용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해 3개월의 기종 전환 교육만 받으면 곧바로 실무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각 군의 헬리콥터 조종사는 대학 졸업자나 사관학교에서 조종사로 선발된 인원을 대상으로 1년여 기본훈련을 거쳐 충원돼 왔다. 시력 1.0 이상, 키 162.5㎝ 이상의 체격조건을 지닌 신체 건강한 수험생이라면 누구나 헬리콥터로 하늘을 나는 꿈에 지원할 수 있다.
우송정보대 조리부사관과는 군 장병에게 영양과 위생을 고려한 체계적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2011년 육군과의 협약으로 설립된 국내 최초, 전국 유일의 학과다. 지금껏 조리를 전공하지 않은 비전문가가 만드는 음식은 신세대 장병들의 입맛을 맞추지 못했다. 21세기 정예 군 양성의 문제점으로 대두돼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군대 영양사’ 양성이 취지다.
이 학과에 입학하면 리더십 등 군사 관련 과목과 한식·양식·일식·중식 등 조리과목, 식품위생 과목(HACCP)을 이수하고 조리사·국제식품위생사·컴퓨터활용능력 등 3개 이상 자격증을 취득해 부사관으로 진출할 수 있다. 4년 동안 부사관으로 복무한 뒤에는 LG 아워홈, 신세계푸드 등 단체급식 업체나 호텔, 전문 외식 업체 등으로의 취업도 길이 열려 있다.
◇외식산업은 우리가 책임진다…대학에서 소믈리에·김치전문가·바리스타 꿈 키워요!=영동대 와인발효식품학과는 와인 및 식음료 전문가를 양성하는 국내 유일의 4년제 대학이다.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와인 전문가뿐만 아니라 막걸리 약주 등 전통주 양조 전문가 및 주류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충북 영동은 매년 ‘포도아가씨’를 선발할 정도로 포도가 유명한 지역이다. 영동대 와인발효식품학과도 이런 특성을 살려 창설됐다. 지난달 3∼5일 ‘2013 대전 국제 푸드&와인 페스티벌’ 소믈리에 경기대회에서 전체 6개 상 가운데 5개를 휩쓸 정도로 와인 소믈리에 양성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제4회 한국 전통주 소믈리에 경기대회’ 대학생 부문에서도 금·은상을 차지해 와인뿐 아니라 전통주 부문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학생들은 졸업 전까지 소믈리에, 칵테일 조주사, 바리스타 등 최소 세 가지 이상 자격증을 취득한다. 이들은 와인 감별뿐 아니라 제조, 발효, 가공, 유통 등 와인산업 전반에 대한 지식을 배운다. 산학협력으로 지역 와인 공장과 와인 연구소 등 와인 인프라가 구축돼 있는 만큼 실제적인 학습 기회가 많아 취업률도 높다.
한식의 세계화 바람에 따라 설립된 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김치발효과는 국내 최초로 김치 발효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학과다. 김치발효기능사를 양성하는 것이 학과의 주된 목표이자 특색이다. 실기 중심의 조리 교육을 통해 한국 전통 발효음식의 산업화에 기여할 인재를 가르치고 있다.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권고 판정을 받고 웰빙 식품으로 김치의 효능이 주목받으면서 호텔조리김치발효과에서도 여러 시도가 펼쳐졌다. 다양한 퓨전 김치 요리를 개발해 외국인의 기호에 맞는 다양한 맛을 개발한 것이다.
‘꿀과 크림을 첨가한 호박 수프’ ‘굴배추까나페’ ‘포도빛깔 까솔레’ 등 이름만 보면 프랑스 레스토랑 메뉴에나 나올 법한 요리 같지만 모두 김치 응용 요리다. 동치미 국물에 오미자를 풀어 다과와 함께 먹도록 만든 음료도 있다. 단호박김치로 먹음직스러운 파이를 만들어내는가 하면 무김치로 빚어낸 전통 전과를 개발하기도 했다.
김치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고추장, 된장, 장아찌, 젓갈 등 우리 발효식품을 아우르고 있다. 호텔조리김치발효과 학생들은 김치 응용 요리 과제를 하며 전문 조리인의 꿈을 키우고 호텔과의 연계를 통해 유능한 요리사로 배출되고 있다.
인천문예전문학교 커피바리스타학과도 주목받는 이색 학과다. 커피에 대한 기초적 부분부터 에스프레소 추출, 라떼아트, 로스팅, 핸드드립, 블랜딩 등 커피 전공 실습까지 효과적 학사일정을 갖추고 있다. 탄탄한 시스템 아래 커피바리스타학과 학생들은 ‘2013 한국바리스타 전국대학 팀 챔피언십’에서 팀 종합 2위, 라떼아트 종합 1위, 개인특별상 등 세 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지난 4월에는 일본 규슈에서 열린 ‘제3회 카페 FADIE컵 바리스타 챔피언십’에 국내 최초로 출전했다. 인천문예전문학교 관계자는 “바리스타 취업이 포화 상태라는 말은 그만큼 커피산업에 관심이 높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올 2월 졸업생 기준 취업 대상자 71명 전원이 취업해 취업률 100%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미래육성산업 이끄는 말산업레포츠과·의료관광중국어과=2010년 설립된 포항대 말산업레포츠과는 21세기 미래육성산업인 ‘말산업’의 미래를 이끌어갈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특화된 학과다. 승마는 국민소득 증대에 따라 성장하는 선진국형 레저산업이자 농촌경제 활성화, 청소년 정서 함양 등 다양한 효과가 있다. 말산업레포츠과에서는 기초 승마, 마장마술 등 한국마사회와의 산학 연계를 통한 실습교육을 비롯해 마필트레이닝, 마필보건학, 마필해부학 등 이론에 이르기까지 말산업의 전반적인 내용을 배운다.
이들의 말산업 관련 자격증 취득률은 90%가 넘는다. 장애물 종목과 마장마술을 포함한 각종 대회 우승과 상위권 메달을 휩쓸기도 했다. 졸업생들은 전문 승마인, 승마 교관, 재활승마 교관, 마필 관리사, 마필 관련 사업, 장제사 등 다양한 방면으로 진출할 수 있다.
마산대 의료관광중국어과는 한류 열풍으로 한국의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중국인 환자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국제 의료관광 코디네이터 양성을 목표로 올해 신설됐다. 중국인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매학기 실시되는 교환학생 제도뿐 아니라 전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중국현지 학기 제도를 통해 학생들에게 중국 현지에서 학점을 이수하는 기회를 부여한다. 의료기관 전문 인력으로서 자질을 갖추기 위해 보건의료관광행정, 보건의료서비스 지원관리, 보건의료관광 마케팅, 의학용어 및 질환의 이해 등 의료관광 관련 교과 과정도 고르게 개설돼 국제 의료관광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기 위한 탄탄한 기초를 밟을 수 있다.
이 학교 의료관광중국어과 교육과정을 마치고 국제 의료관광 코디네이터 국가자격증을 획득한 졸업생들은 대학병원, 종합병원, 메디컬센터, 한의원, 성형외과, 치과, 피부과 등의 각종 의료기관에 취업할 수 있다. 또한 여행업계로도 길이 열려 있어 의료관광 마케터로 활동이 가능하며, 호텔이나 리조트에서도 의료관광과 관련된 전문적인 업무를 담당할 수 있다.
글=김수현 황인호 기자, 사진=각 학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