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갈퀴·죽창·곡괭이로 무참히 관동대지진 때 일제만행드러나

입력 2013-11-24 17:45

‘쇠갈쿠리(쇠갈퀴)로 개잡듯이 학살’, ‘죽창으로 복부를 찔렀음’, ‘곡갱이(곡괭이)로 학살’….

일본 관동(關東·간토) 대지진 당시 조선인들이 이처럼 참혹하게 학살된 정황이 최근 주일본 한국 대사관에서 발견된 일제 강점기 조선인 피살자 명부에서 확인됐다. 일본 헌병이 당시 조선인 학살에 가담한 사실도 확인됐다.

국가기록원과 독립기념관 등은 한국 대사관에서 발견된 일제 강점기 조선인 희생자 명부 67권을 분석한 결과 이런 사실이 드러났다고 24일 밝혔다.

1923년 9월 관동 대지진 당시 조선인 피살자 290명 명단이 실린 ‘일본 진재(震災)시 피살자 명부’의 피살상황 난(欄)에는 학살 정황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다. 경남 창녕 출신 한용선(23)씨는 ‘쇠갈쿠리로 개잡듯이’, 경남 함안 출신 차학기(40)씨는 일본인이 죽창으로 복부를 찔러 학살됐다고 적혀 있다. 울산 출신 박남필(39) 최상근(68)씨는 ‘곡갱이로 학살됐음’이라고 기재됐다.

또 함경도에 연고가 있는 박모(30)씨는 ‘일본 헌병에게 총살’됐다고 적혀 있다. 이는 관동 대지진 당시 헌병 등 관헌은 조선인 학살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이 허구임을 드러내는 귀중한 사료로 평가된다. 함께 발견된 ‘일정시 징용자 명부’에는 징용자의 귀환·미귀환 여부, 어디로 동원됐는지 적혀 있는 사실도 확인됐다.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명부를 통해 보상 관련 신규 명단이 약 4만명 발견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