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단 ‘발언’ 파문] 靑·與 “정권 정통성 겨냥한 어떤 공격도 불용” 강공

입력 2013-11-24 17:33 수정 2013-11-24 23:02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서 나온 박근혜 대통령 사퇴 촉구에 연일 강경한 대응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사제단 대표를 포함한 일부 신부들이 속해 있는 ‘범야권 연석회의’까지 겨냥해 정권의 정통성을 공격하는 어떠한 시도도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민주당은 신속히 선긋기를 하고 나섰다.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소속 사제들이 지난 22일 시국미사를 열기 직전에도 여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었다. 당시에는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할 것이란 예고에 대한 사전경고와 우려 표명의 취지가 강했다. 하지만 막상 시국미사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자극적인 발언이 나오자 당·정·청은 일제히 사제단을 거세게 비판하고 나섰다.

앞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브리핑에서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고 도와 달라”고 호소했지만 박창신 신부는 시국미사 강론 도중 “박 대통령은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되받아쳤다. 대선 불복을 넘어 아예 대통령의 정체성 자체를 부정하면서 청와대와 여당이 민감해하는 부분을 노골적으로 공격한 셈이다. 청와대는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정치 현안과 관련한 입장 표명은 자제했지만 대선 불복 및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발했었다.

특히 여권은 정의구현사제단이 야권연대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사제단의 행보가 종교적 의미와 무관하고 편향적 정치색깔을 띠고 있다는 입장을 강조하기 위한 포석이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23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야권연대는 공식 입장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대선불복연대’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야권연대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민주당도 사제단에 동의하는지 밝혀야 한다”며 민주당까지 싸잡아 비판했다.

시국미사에서 나온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부정하고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정당화하는 취지의 발언은 여권의 공세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안보 사안에 관해서만큼은 정권에 국민적 지지가 높아 정의구현사제단을 향해 부는 역풍 여론을 타는 양상이다. 박 신부는 강론에서 “NLL에서 한·미 군사운동을 계속하면 북한에서 어떻게 해야 하겠어요? 쏴야죠. 그것이 (연평도) 포격이에요”라고 언급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종북구현사제단’이라고 몰아세우며 성토했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극소수 사제들이 통합진보당과 유사한 언행으로 사회와 국가를 분열의 길로 이끌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또 사제단의 과거 활동 이력을 거론하며 “‘정의구현사제단은 종북구현사제단’이라는 비판도 받았다”고 했다. 황진하·한기호 등 군 장성 출신 의원들은 성명을 내고 “북한의 도발까지 무작정 옹호해 갈등과 분열로 몰고 가는 것은 종교인의 본분에서 벗어난 행위”라고 규탄했다. 이와 관련해 여당 내부에서는 지난 대선 국가정보원의 트위터 글 121만건이 추가 기소돼 수세에 몰렸던 형국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민주당은 대여 공세를 높여가던 가운데 이번 사건이 ‘돌발 악재’가 되지 않을까 고민하는 모습이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정의구현사제단 발언 논란은) 대통령과 여당이 자초한 일이기도 하고 불행한 사태”라면서도 “신부들의 충정은 이해가지만 연평도 포격과 NLL에 대한 인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과도한 주장은 국민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공안통치와 공작정치에 악용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하지 않나 싶다”며 “NLL은 확고하게 우리가 지켜왔고, 앞으로도 확실하게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전날까지만 해도 사제단을 엄호했지만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자 기조를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유성열 임성수 유동근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