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단 ‘발언’ 파문] 염수정 대주교 “자신의 일 충실한 게 정치 참여”
입력 2013-11-24 17:36 수정 2013-11-24 22:56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는 24일 정오 서울 명동성당 강론에서 정치 참여는 그리스도인의 의무지만 사제의 정치 개입은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염 대주교는 사제의 역할에 대해 ‘평신도 교령’ 등을 근거로 “복음 전파와 인간 성화(聖化)의 사명을 지닌다”며 정치·사회적 문제에 직접 개입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란 공동체의 선을 찾는 사랑의 표현이기 때문에 정치 참여도 중요한 사랑의 봉사가 될 수 있다”면서 “자신의 일터에서 충실하게 일하는 것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평신도와 사제들의 역할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사제들이 정치·사회적으로 직접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사제의 직무와 생활지침’을 통해 정치나 사회활동에 적극 개입함으로써 교회적 친교의 분열을 야기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사제들이 깊이 숙고해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요즘 여러분은 대단히 혼란스럽고 힘들 것”이라며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가 어떤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말고 주님과 교회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것이 진리와 선함과 모든 사람이 공존하는 길이며 분열이나 모순, 화해와 이해, 용서와 사랑의 길”이라고 말했다.
염 대주교의 이 같은 발언은 일부 천주교 사제가 시국미사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현실 정치에 깊숙이 관여하는 데 대한 우려와 경고의 의미로 풀이된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