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메모 확인하면 10초 후 자동삭제… 美 ‘스냅챗’ 돌풍
입력 2013-11-24 17:19 수정 2013-11-25 01:02
직장인 이모(30·여)씨는 이미 탈퇴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때문에 요즘에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씨는 24일 “계정을 없앤 지 몇 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사진, 글이 다 나온다”면서 “처음부터 SNS를 하지 말 걸 그랬다는 후회가 들 정도”라고 답답해했다.
이씨처럼 SNS상의 개인정보 노출을 꺼리는 이용자들이 늘면서 인터넷상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형태의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스냅챗(Snapchat)’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스냅챗은 사진, 동영상, 메모 등을 보내고 이를 상대방이 확인하면 1∼10초 후에 삭제되는 메시지 서비스다. 보낸 사진이나 동영상을 캡처하려고 해도 시간이 짧아서 힘들 뿐만 아니라, 캡처를 해도 발신자에게 이를 알리기 때문에 원하지 않는 개인정보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
스냅챗은 가입자 수를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지만 하루에 4억 건의 메시지가 발송되고 있다고 밝혔다. 스냅챗 공동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에반 슈피겔은 “이용자의 70%가 여성”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10대를 중심으로 기존 SNS의 대체 서비스로 스냅챗이 각광받고 있다.
설립 2년밖에 안 된 스냅챗은 최근 페이스북으로부터 30억 달러(약 3조1830억원)에 인수제의를 받았으나 이를 거절해 화제를 모았다. 구글과 중국의 SNS서비스업체인 텐센트도 스냅챗 인수 의사를 밝히고 있다. 아직 변변한 매출도 올리지 못하고 있는 회사를 거액에 인수하겠다는 것은 스냅챗 서비스가 앞으로 상당한 파급력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스냅챗은 SNS로 분류할 수 없다. 슈피겔은 “스냅챗의 라이벌은 텐센트 ‘위챗’이나 네이버 ‘라인’ 같은 메시지 앱이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SNS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용자들이 늘어날수록 스냅챗이 그 자리를 대신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SK플래닛이 스냅챗과 유사한 ‘프랭클리 메신저’를 선보였다. 수신자가 메시지를 확인하면 수신자와 발신자의 대화창 모두에서 메시지가 자동삭제된다.
가까운 지인이나 대학생 과제 모임 등 목적이 있는 사람들만 묶는 ‘폐쇄형 소규모 SNS’도 점차 활성화하고 있다. 네이버 ‘밴드’가 대표적이다. 밴드는 서비스 14개월 만에 2000만명의 가입자를 끌어 모았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