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앓는 장·노년층 ‘눈 중풍’ 주의보
입력 2013-11-24 17:14 수정 2013-11-24 19:56
요즘 아침저녁으로 매서워진 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겨울이 다가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매년 겨울이면 눈에 띄게 떨어진 기온과 건조한 날씨로 인해 눈 건강에 빨간 불이 켜진다. 속칭 눈 중풍으로 불리는 고혈압 망막병증과 망막혈관폐쇄증, 유독 한파가 오면 더 심해지는 안구건조증 등의 기습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겨울철에 특히 주의해야 할 주요 눈 질환 예방법과 치료법을 알아본다.
◇추위가 독, 고혈압 망막병증=고혈압을 오래 앓은 사람들의 눈 속 망막혈관이 비정상적으로 변하는 증상이다.
주 증상은 시력 약화, 시신경 유두 부종, 혈관 협착 등이다. 대부분 고혈압을 앓은 기간과 비례해 증가한다. 일반적으로 15년 이상 고혈압을 앓은 사람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한 예로 혈압 관리를 제대로 못해 혈압이 계속 높아지게 되면 혈관을 구성하는 근육과 혈관내피 세포가 손상돼 출혈을 일으키거나 막히기 쉬운 상태가 된다. 이로 인해 망막 출혈이 생기거나 망막과 시신경이 연결되는 부위인 시신경 유두가 붓는 증상 등이 나타나 시력이 약해질 수 있다.
고혈압을 오래 앓으면 망막혈관이 굳어지고 좁아져 눈 속 혈액순환을 방해할 가능성도 높아지게 된다. 결국 망막의 퇴행성 변화가 촉진돼 눈에 비치는 사물을 시각화하는 스크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된다.
문제는 안저검사를 통해 전문의가 망막 상태를 직접 살펴보기 전에는 고혈압 망막병증이 진행되고 있는지 여부를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혈압이 높은 사람들은 철저한 혈압관리와 더불어 1년에 1∼2회 정도 안과를 방문, 안저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특히 요즘처럼 날씨가 추울 때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추위가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올리기 쉬운 까닭이다. 고혈압 환자들은 평소 보온관리를 철저히 하고 기온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새벽의 운동이나 외출도 되도록 삼가야 한다.
한길안과병원 망막센터 황덕진 진료과장은 “평소 혈압조절만 철저히 하면 대부분 고혈압 망막병증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눈 중풍, 망막혈관폐쇄증=우리 눈 속 망막의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질환이다. 혈관 내 피 찌꺼기인 혈전(血栓)에 의해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증과 비슷해 흔히 ‘눈 중풍’으로 불린다.
망막은 우리 눈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얇은 신경조직으로 빛을 감지하는 시세포와 많은 혈관들이 분포돼 있어 우리가 사물을 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망막에는 크게 4갈래의 동맥과 정맥이 혈액을 순환시키며 산소를 공급하는 일을 한다. 망막혈관폐쇄증은 바로 이들 혈관이 막히는 병이다.
망막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당연히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망막이 손상, 변성되고 만다.
망막혈관폐쇄증은 주로 50∼60대 이상 장·노년층에서 나타난다. 특히 고혈압, 동맥경화증, 당뇨, 고지혈증, 심혈관질환 등으로 혈액순환장애를 겪는 사람들에게 잘 생긴다. 대부분 별다른 통증도 없이 갑자기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게 되며, 출혈과 함께 눈앞에 날파리 같은 것이 어른거리는 등 검은 물체가 떠다니는 비문증(飛蚊症)을 겪는다.
따라서 평소 고혈압, 동맥경화증, 당뇨, 고지혈증, 심혈관질환 등을 앓는 사람들은 추위로 인해 운동량이 줄어들고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는 겨울철엔 적절한 약물 치료와 함께 전신 건강관리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
누네안과병원 김순현 원장은 “부족한 운동량을 보충할 수 있도록 실내에서의 활동량을 늘리고 외출 시 얇은 옷을 여러 벌 껴입어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눈알이 뻑뻑, 안구건조증=눈물은 안구를 잘 적셔서 눈을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눈물을 생성하지 못하거나 눈물 성분이 부족해 빨리 마르게 되면 눈이 불편해진다. 이를 ‘안구건조증’ 또는 ‘건성안’이라고 한다.
눈물은 정상적으로도 나이가 들면 분비량이 감소된다. 게다가 날씨가 건조하거나, 특히 초미세먼지, 황사, 매연 등 대기오염이 심할 때는 이 같은 증상이 더 심해진다. 중국에서 날아온 미세먼지가 많아지고 찬바람까지 불어 더욱 건조하고 혼탁한 날씨인 요즘, 안구건조증 환자가 급증하는 이유다.
안구가 메마르면 눈이 충혈 되고, 화끈거리거나 찌르는 듯한 느낌, 눈에 모래가 들어간 것 같기도 하며, 심하면 뭔가 할퀴는 듯한 느낌도 든다. 책을 보거나 TV를 볼 때 눈이 뻑뻑하고 눈을 자주 깜박거리는 증상도 나타난다.
그러나 증상을 악화시키는 최고 위험인자는 과도한 수면부족과 TV·컴퓨터 사용이다. 건양의대 안과학교실 송상률 교수팀이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간 안구건조증 때문에 김안과병원을 찾은 1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면 및 TV·컴퓨터 사용 시간이 특히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대상 환자들은 일반인에 비해 수면 시간이 짧은 대신 TV·컴퓨터 사용 시간은 배 가까이 길었다. 즉 이들은 하루 평균 5.5시간밖에 잠을 안 자고, TV나 컴퓨터를 6시간 이상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각각 발표한 한국인의 평균 수면시간과 TV·컴퓨터 사용 시간은 약 7시간과 3시간이었다.
이는 안구건조증을 예방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잘못된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송 교수는 “과로 및 인터넷, 스마트폰 사용 증가 등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함께 건조하고 찬바람이 많이 부는 겨울철에는 안구건조증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안구건조증 예방을 위해선 가습기를 사용해 실내 습도를 60% 정도로 유지하며, 하루 8∼10컵의 물을 마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아울러 스프레이, 헤어드라이어 등을 사용할 때도 직접 눈을 향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또 TV, 컴퓨터, 책 등을 볼 때는 눈을 자주 깜박여주고, 담배도 끊는 게 바람직하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