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윤필교] 강적을 대하는 자세

입력 2013-11-24 18:32


오랜 세월을 함께 보낸 친구나 평소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서 뜻밖의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 모습이 좋은 면일 때도 있지만, 그동안 내가 알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을 할 때가 있다. 수천, 수만 가지 그 사람의 모습 가운데 일부분만 본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때로 어떤 사람에 대해 매우 잘 아는 것처럼 행동할 때가 얼마나 많은지.

“갑의 위치를 이용해 을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사람, 닫힌 마음의 종교인, 생각 없이 말을 내뱉고 그것을 솔직하다고 여기는 사람, 권모술수에 능한 사람, 자기 입장만 주장하며 남의 말을 들을 줄 모르는 사람, 잘한 것은 모두 자기 공으로 돌리고 잘못한 것은 상대방 책임이라고 우기는 사람, 한두 권의 책만 읽고 그 세계가 전부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

강적을 만났다며 하소연하는 이들의 이야기 속에는 이런 유형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강적이란 상대방이 어떤 불편을 겪고 있는지는 거의 생각하지 않고 자기 편의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다.

내가 만난 강적 중에는 ‘말을 자주 바꾸면서 책임을 지지 않거나 갑자기 관계를 끊고 연락하지 않는 사람’이 가장 대하기 힘들었다. 때로는 내 수준에 버거운 사람까지도 품으려다 몹시 어려움을 겪은 적도 있다.

살다 보면 누구나 자기가 감당하기 어려운 강적을 만나게 된다. 아니, 건강한 사람도 스트레스를 크게 받으면 누군가에게 강적이 될 수 있다. 조직 사회에는 언제나 강적이 한둘 이상 존재한다. “요즘 주위에 괴롭히는 사람이 없나요?” 하며 안부를 묻던 한 교수님이 생각난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구김살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마음으로 대해도 진심을 왜곡하거나 무리한 기대를 하는 강적을 만났을 때 어디까지 참고 수용해야 할까.

인간 이해를 돕는 전문가는 이에 대해 이렇게 조언한다.

“상대방이 내 수준을 넘어서는 강적일 때 한동안 그를 대하는 것을 유보하는 것은 지혜로운 일이다. 우리가 남을 위해 좋은 일을 할 때는 좋은 마음을 유지할 수 있을 때까지만 하는 것이 좋다. 그것이 지나치면 사람과 세상에 대해 아주 부정적인 마음을 갖게 된다. 좋은 일을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좋은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윤필교(기록문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