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특허분쟁에 이중 잣대 남발한 美 행정부·법원

입력 2013-11-24 17:28

미국 행정부와 법원이 특허분쟁을 둘러싸고 애플에 편향된 결정과 평결을 남발하고 있다. 미국이 과연 자유무역주의를 대내외에 표방할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서 21일(현지시간) 열린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침해 소송에서 배심원단이 “삼성전자는 애플에 2억9000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딩초 애플이 요구한 것보다는 적지만 삼성전자가 주장한 금액보다 훨씬 많은 규모다. 배심원들이 애플 손을 들어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배심원단의 결정 과정에는 석연치 않는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애플 측 수석변호인은 “어릴 때 미국산 TV를 봤지만 지금은 미국산 TV가 없다”며 배심원들의 애국심을 자극했다. 애플 본사가 있는 인근 지역 주민 위주로 배심원단이 구성돼 ‘동네 평결’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8월에도 비전문가들이 포함된 배심원단이 합리적인 결정과 동떨어진 평결을 내려 빈축을 샀다.

특히 이번에는 미 특허청이 무효라고 판단한 ‘핀치 투 줌’ 특허를 주요 근거로 삼아 배심원단이 배상액을 산정해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 특허청 결정을 계기로 재판 중단을 요구했지만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전 각본에 따라 재판을 진행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받을 만한 대목이다. 미 행정부도 보호무역이라고 할 수 있는 결정을 내놓는 데 조금도 좌고우면하지 않는다. 삼성전자 특허를 침해한 애플 제품의 미국 내 수입·판매를 허용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애플 특허를 침해한 삼성전자 제품에 대해서는 수입·판매를 금지한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결정을 수용한 것이다. 미국이 26년 만에 보호무역 카드를 꺼냈다는 비난이 빗발쳤다.

이번 배심원단 결정이 확정되면 삼성전자가 애플에 물어야 할 배상액이 9억3000만 달러(약 9870억원)로 늘어난다.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을 감안할 때 감당하기 힘든 규모는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카피캣(모방자)이라는 부정적 이미지의 확산과 다른 나라에서 진행되는 재판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특허기술 획득과 첨단 기술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