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독선에 빠진 ‘사제단’ 더 이상 국민호도 말라

입력 2013-11-24 18:32

대통령 사퇴요구와 연평도포격 북한 편들기는 망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일부 사제들의 일탈이 심각하다. 첨예한 정치적 사안에 사사건건 개입하는 것도 모자라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또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한·미 군사훈련 때문이라는 취지의 망발을 하고 나섰다. 제정신이 아니다.

정의구현사제단에게는 암울하던 군사정권 시절 시국선언 등을 통해 민주화 추진의 싹을 지켜온 업적이 있다. 인혁당 사건,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등에 목소리를 내며 독재정권을 감시하고 견제한 것을 높게 평가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하지만 작금의 그들 행태는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부추기고 국가발전에 발목을 잡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사제들이 지난 22일 군산의 한 성당에서 미사를 갖고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을 비판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한 것은 논리적으로나 국민정서로나 이치에 맞지 않는다.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이 잘못된 것은 분명하지만 대통령의 사퇴 요구는 무리다. 박 대통령이 대선 당시 개입을 지시할 위치에 있지 않은 건 분명하다. 경찰과 검찰의 축소수사를 지시했다고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직접 관여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전주교구 박창신 신부의 발언은 국민들을 경악케 한다. 그는 “NLL에서 한·미 군사운동을 계속하면 북한에서 어떻게 해야 하겠어요? 쏴야죠. 그것이 연평도 포격이에요”라고 말했다. 거짓을 진실인 것처럼 포장하는 게 ‘정의구현’이 아닐진댄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공개적으로 할 수 있단 말인가. 3년 전 우리 영해에서 통상적으로 실시한 사격훈련을 빌미로 북한군이 포격도발을 해 우리 장병 2명과 무고한 국민까지 희생시킨 것은 명백한 반인륜적 침략행위다.

정의구현사제단 측은 “대통령 사퇴요구 미사는 전주교구 단독 결정”이라며 사제단 전체 입장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2000년 이후 이들은 정치적으로 지나치게 편향된 행태를 보여 국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한·미 FTA 반대,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 반대 집회 등에 단골로 개입해 반정부 활동을 해왔다. 한국 천주교를 대표하며 바른 말을 하는 정진석 추기경에 대해 “교회의 불행” “골수 반공주의자”라고 비난했으니 천주교 내부에서도 낯을 찌푸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정의구현사제단이 또다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거나 북한을 두둔하는 언행을 계속할 경우 국민으로부터 영영 배척당하고 말 것이다. 성직자들이 사회를 구원한다는 차원에서 세속적인 문제에 목소리를 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극히 제한적이어야 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대주교가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사제들이 정치적, 사회적으로 직접 개입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고 강조한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정치적 편향성은 국민통합에 저해되기 때문에 절대 금물이다.

차제에 민주당은 박 대통령 사퇴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24일 “연평도 포격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대통령 사퇴요구 발언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박 대통령과 여당이 어느 측면에선 자초한 일”이라고 사제단을 거들었다. 극소수 일탈 사제들과 더불어 대통령 퇴진운동이라도 벌이겠다는 건지 민주당이 답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