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배병우] 졸업생 거액 기부에 울고 웃는 美 대학들

입력 2013-11-24 18:28


‘유에스뉴스 앤드 월드리포트’가 매년 9월에 발표하는 미국 대학 순위 보고서는 여러 가지 결함에도 불구하고 대학평가 때 자주 인용된다. 최근 20위 내 명문대학에서 꾸준히 순위가 오르는 대학 중에 존스홉킨스대학교가 있다.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캠퍼스가 있는 이 대학은 생명공학, 의학, 인문학, 국제관계학, 경영학 등에서 특히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0년 16위에 랭크됐던 이 대학은 올해는 12위에 올랐다.

최근 존스홉킨스대의 발전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가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이다. 블룸버그 시장은 지난 1월 모교인 이 대학에 추가로 3억5000만 달러를 쾌척해 기부액이 총 10억 달러(약 1조600억원)를 넘어섰다. 보건의료, 학제간 연구·개발, 기숙사 설립과 저소득층 출신 학생 장학금 등에 사용된 이 막대한 자금이 존스홉킨스의 위상을 비약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음은 불문가지이다.

블룸버그 시장뿐 아니라 미국에서는 올 들어 모교에 거액을 기부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존스홉킨스 대학만큼이나 ‘돈벼락’을 맞은 대학은 미시간대학이다. 억만장자 부동산개발업자인 스티븐 로스는 지난 9월 2억 달러를, 앞서 4월에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친구로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인 찰스 멍거가 1억1000만 달러를 모교인 이 대학에 각각 기부했다.

9월 30일에는 뮤추얼펀드 최고경영자로 억만장자인 찰스 존슨이 모교 예일대학에 2억5000만 달러를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부동산개발업자 프랭크 맥코터도 같은 달 조지타운대학교에 1억 달러를 기부했다. 지난 15일 카네기멜론대학은 이 대학 졸업자로 헤지펀드사 애플루사매니지먼트의 최고경영자인 데이비드 테퍼가 6700만 달러를 희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테퍼가 모교에 기부한 금액은 1억2500만 달러를 넘어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에서 개인이 500만 달러 이상을 대학에 기부한 건수가 지난 8월까지 16건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의 2배에 달했다. 미 증시 호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등록금 인상에 대해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미국 대학들로서는 거액 졸업생 기부자에 한층 목을 맬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