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웅 목사의 시편] 통영에서돌아오면서

입력 2013-11-24 16:57


몇 해 전 경상남도 통영의 한 교회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교인들의 따뜻한 환대를 받는 가운데, 한 가정이 마련한 식사자리에 초대를 받게 되었다. 초대하신 주인 내외분은 서울에서 통영으로 내려오신 지 이미 수년이 지난 상태였는데, 그들은 지나간 일들을 들려주시며 이런 이야기를 했다.

자신들이 통영에 내려올 때만 해도 그야말로 통영은 황량했다고 한다. 통영에는 편의시설이 너무도 부족했는데, 그중에서 가장 불편했던 것은 서울에서 흔히 보이는 대형 쇼핑몰이 없는 것이었다. 부인들의 즐거움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쇼핑인데, 대형 쇼핑몰이 없다 보니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더라는 것이다. 어느 순간 부인 집사님은 이곳 통영에도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졌고, 그것이 기도제목이 되었노라고 농담처럼 말씀했다. ‘하나님, 통영에도 쇼핑몰 하나만 세워주세요’ 그런데 기도에 대한 응답이었는지, 서울에 있는 대형 백화점이 통영에 큰 쇼핑몰 ‘L마트’를 짓고 들어오게 된 것이다. 그가 웃으며 하신 말씀, “목사님, 통영 부인들이 이곳에서 쇼핑하게 된 것은 전부 제 기도 덕분이에요. 이젠 정말로 새 시대가 열린 거죠”

넉넉한 웃음과 함께 던진 한마디가 내 마음에 깊이 자리 잡았다. 서울로 돌아오는 내내 내 마음을 맴돌았던 주제는 다름 아닌 ‘새로운 시대’에 대한 묵상이었다. ‘지금 우리는 과연 어떤 시대에 사는가?’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심으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한마디로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어떤 시대인가? 하늘이 땅으로 내려온 시대다. 예수님의 승천으로 인해 하늘의 성령께서 아예 땅으로 내려오셨다. 그러면 예수님 이전에는 성령의 특별 역사가 전혀 없었던가? 아니다. 있었다. 특별한 사람들에게 예외적으로 임하셨다. 그러나 예수님의 승천 이후에는 전혀 새로운 차원의 시대가 열렸다.

바로 하나님이신 성령께서 아예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신 시대가 되어버렸다. 마치 서울의 대형마트가 통영에 자리를 잡고 내려온 것과 같다. 이전에도 통영에서 서울의 ‘L마트’ 물건을 구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예 ‘L마트’가 통영으로 내려왔을 때, 그것은 새 시대가 열린 것을 의미했다. 시도 때도 없이 통영에서 ‘L마트’를 들락거릴 수가 있게 되었다. 마찬가지다. 지금은 시도 때도 없이 하늘과 접속할 수 있는 시대다. 시도 때도 없이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시대다. 새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하늘이 땅으로 내려온 시대를 산다는 것은 얼마나 흥분된 사실인가? 옛 선지자들은 얼마나 간절히 이 시대를 보기를 원했던가? 맥스 루카도가 한번은 비행기 안에 있는 파리를 보면서 생각했다고 한다. 제 힘으로는 구름 위를 날아오를 수 없는 이 파리가 비행기 안에서 구름 위를 날고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성령 안에 있는 우리의 모습이라고 했다. 오늘 우리는 성령 안에서 날아오를 수 있다. “정말로 새 시대가 열린 거죠.” 그의 말이 감격스럽지 않은가!

<서울 내수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