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무법자 뉴트리아] 황소개구리·가시박… 토종 씨 마른다
입력 2013-11-23 05:54 수정 2013-11-23 12:01
현재 국내에는 생태계 교란생물 18종(동물 6종, 식물 12종)이 지정돼 있다. 황소개구리와 파랑볼우럭(블루길), 큰입배스, 붉은귀거북속 전종, 단풍잎돼지풀, 돼지풀, 서양등골나물, 털물참새피, 물참새피, 도깨비가지, 뉴트리아, 가시박, 미국쑥부쟁이, 서양금혼초, 애기수영, 양미역취, 꽃매미, 가시상추 등이다.
1971년 식용으로 도입된 황소개구리는 천적이 없는 관계로 토종 개구리, 물고기, 심지어 뱀까지 잡아먹어 먹이사슬 파괴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1998년 블루길, 큰입배스와 함께 처음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됐다. 1980년대 애완용과 종교행사 방생용으로 국내에 들여온 붉은귀거북도 ‘하천의 암살자’란 별칭이 붙을 정도로 생태계 교란의 원인이 되고 있다.
최근엔 가시박, 가시상추 같은 외래 식물이 한반도 곳곳을 뒤덮고 있다. 1980년대 북미에서 접붙이기용으로 도입된 가시박은 한강 낙동강 금강 등 수변 지역에 무섭게 확산되고 있다. 높은 나무를 휘감아 타고 자라는 가시박은 자생 식물의 생육 성분을 섭취하고 광합성을 방해해 결국 고사시킨다. 제주를 제외한 전국 도로변과 방조제, 항구 등에 서식하는 가시상추는 자생 식물과 잡종을 만들어 ‘유전자 오염’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명숙 의원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특히 뉴트리아 등 외래 동물의 확산에는 허술한 외래생물 도입 시스템이 한몫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동물을 수입할 때 검역을 맡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수입동물 사전 신고서와 동물검역신청서에는 정확한 학명을 기재하게 돼 있지 않아 국내에 어떤 동물이 반입돼 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생태 교란종과 환경부가 고시하는 ‘위해 우려종’(16종)에 포함되지 않는 국내 최초 동물은 도입 여부 자체를 환경부가 알 수 없는 것도 문제다. 이러한 빈틈으로 들어온 동물이 나중에 생태계에 심각한 위해나 교란을 발생시키는 경우 신속한 현황 파악과 대응 방안 마련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한 의원은 외래생물의 도입단계에서 정확한 학명과 수량, 목적 등에 대한 내용을 환경부가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외래생물 도입 및 관리 법률’ 제정을 검토하고 있다. 한 의원은 “외래 생물로 인한 생태계 위해 및 교란은 한번 발생하게 되면 완전히 뿌리 뽑기가 매우 어렵다”면서 “사후관리식의 현행 제도를 사전 예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생태계 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동물 방사에 대한 규제와 대책 마련도 절실하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