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보수세력 ‘고노 담화 훼손’ 본격화

입력 2013-11-22 18:11

일본의 보수 세력이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훼손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일본의 보수화에 따른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미국 역시 초조함을 드러내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22일 일본유신회 소속 의원 20명이 21일 국회에서 ‘역사문제검증 프로젝트팀’ 설립총회를 열고 내년 2월 고노 담화를 검증한 보고서를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총회에서 아비루 루이 산케이신문 정치부 편집위원은 고노 담화에 대해 “최악의 담화로 위안부의 강제연행이 있었다는 어떤 증거도 없이 일방적으로 단정해 일본의 대외 이미지를 깎아내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모임의 좌장으로 문부과학상을 지낸 7선의 나카야마 나리아키 의원도 “고노 담화를 수정하라고 아베 신조 내각에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난징대학살 희생자가 부풀려졌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종군위안부는 있지도 않았다는 등 과거사에 대해 극우적인 시각을 보이는 인물이다. 고노 담화는 1993년 8월 고노 요헤이 당시 관방장관이 위안부의 동원에 강제성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사과한 것을 말한다.

극우 성향의 일본유신회 외에 집권 자민당 내에서도 고노 담화 검증을 위한 학습 모임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여명의 참의원인 것으로 알려진 이들은 일본유신회 검증팀과도 협력할 것으로 전해졌다.

산케이신문은 고노 담화가 발표되기 직전인 1993년 7월 일본 정부가 한국인 피해자 16명을 상대로 청취한 증언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

한편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 힘겨루기에 나선 미국이 핵심 동맹국인 한·일 관계가 계속 악화되자 초조감을 나타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2월 이후 지금까지 일본과 공식적인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한국은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한 일본의 반성이 불충분하다고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일본은 과거사 문제가 시간이 지나며 해결됐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한국이 사사건건 과거사를 물고 늘어지는 것에 ‘피로감’을 나타내고 있다고 FT는 보도했다. 특히 최근 정상회담 제의를 한국이 거절하자 좌절감과 함께 분개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한·일 관계 악화는 아시아 지역에서 현재 미국이 직면한 가장 전략적 도전”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의 한 고위관리는 “한·일 관계 악화를 미국은 우려하고 있지만 나서서 중재할 수 없다”며 “두 나라가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만한 환경을 조성해주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이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