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무릎꿇은 우크라이나…EU와 협력협정 체결 전격 중단

입력 2013-11-22 18:10 수정 2013-11-23 01:27

이달 말 예정됐던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EU)의 협력협정 체결이 불투명해졌다. 우크라이나와 EU 간 경제동맹을 반대하는 러시아의 압력에 등 떠밀린 조치란 분석이 우세하다.

우크라이나는 21일(현지시간)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한 EU와의 협력협정 체결 준비를 잠정 중단키로 했다고 정부령을 통해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의 이유로 러시아 및 독립국가연합(CIS·옛 소련국가모임)과의 경제관계 발전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령은 이어 관계 장관에게 러시아, EU, 우크라이나 3자가 참여하는 경제통상 관계 협의를 위한 위원회를 창설할 것을 지시했다. EU와의 협력협정 체결에 앞서 러시아와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EU와 FTA를 맺거나 회원으로 가입하는 데 강력 반발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EU와의 협력협정 체결이 물 건너갔다는 평가다.

EU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갑작스러운 협정 체결 잠정 중단 발표에 격앙됐다. 칼 빌트 스웨덴 외무장관은 트위터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크렘린 궁(러시아) 아래 바짝 엎드렸다”며 “야만적인 정치 압력이 분명히 작용한 것”이라고 러시아를 힐난했다.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성명을 통해 “이번 협정 중단은 EU뿐 아니라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도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의 결정에 대해 “긴밀한 파트너와의 경제·무역 협력을 개선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갈망”이라고 환영했다. 우크라이나에 압력을 가했다는 일각의 주장엔 푸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EU가 우크라이나를 협박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주권적 결정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EU와 서방 국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CIS를 지속적으로 한 경제단위로 묶으려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EU와 FTA를 맺어버리면 그간의 노력이 빛을 잃게 된다. 때문에 그동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EU와 경제동맹을 추진하거나 친서방 정책을 펼 기미가 보이면 가차 없이 무역 보복 조치를 감행해 왔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