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소득 늘었는데 열릴 줄 모르는 지갑
입력 2013-11-22 18:09
꽉 닫힌 가계의 지갑이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 가계소득은 늘었지만 실질소비지출은 5분기 연속 줄면서 ‘불황형 흑자’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26만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9% 증가했다. 소비지출은 249만4000원으로 전년 동기(246만7000원)보다 1.1% 늘었지만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소비지출은 0.1% 감소했다. 실질소비지출은 지난해 3분기(-0.7%) 이후 5분기 연속 하락했다.
소득에서 연금과 사회보험료 등의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처분가능소득은 345만2000원으로 전년 동기(335만원)보다 3.1% 늘었다. 이 때문에 가계 흑자액은 95만9000원으로 증가했다.
기획재정부는 “가계 흑자가 늘어 향후 소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지만 흑자는 좀체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가계는 먹는 것까지 줄여가며 지갑을 닫고 있다.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37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38만3000원)보다 2.5% 감소했다. 대신 비소비지출이 80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79만2000원)보다 2.0% 증가했다. 쓸 수 있는 돈이 늘어도 불안한 노후에 대비하는 비용 외에는 씀씀이를 최대한 아껴야 한다는 심리가 강하다는 의미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가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기와는 여전히 괴리가 있다”며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가 크기 때문에 당분간 불황형 흑자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