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美 애국심에 또 당했다… “애플에 2억9000만 달러 추가 배상” 법원 평결

입력 2013-11-22 18:09

미국 법원이 애플의 ‘앞마당’에서 진행된 재판에서 애플 손을 들어줬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애플 제품에 대해서만 수입금지 거부권을 행사하며 보호무역을 노골화한 데 이어 법원도 자국 기업 지키기에 나서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서 21일(현지시간) 열린 삼성전자의 애플 특허 침해 배상금 재산정 재판에서 배심원들은 “삼성전자는 애플에 2억9000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애플은 지난 12일 재산정 재판이 시작되면서 3억9978만 달러 배상을 요구했고 삼성전자는 5270만 달러를 주장했다. 배심원 평결은 애플 측 주장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결정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결정됐던 배상액 6억4000만 달러에 2억9000만 달러를 추가해 총 9억3000만 달러(약 9860억원)를 애플에 배상하게 됐다. 최초 배상액 10억5000만 달러에서 12%만 줄어든 것이다. 재판장인 루시 고 판사는 내년 초쯤 금액을 확정하는 판결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배심원들은 이번 평결이 ‘삼성 죽이기’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배심원 대표 콜린 앨런은 “삼성 측이 증거를 많이 내놓지 않았다는 생각은 든다. 우리는 증거를 근거로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배심원들은 공정한 재판을 말했지만 애플이 애국심으로 배심원들의 감성에 호소한 전략이 먹혔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플 측 수석변호인 해럴드 맥엘히니는 “어릴 때 미국산 TV를 봤지만 지금은 미국산 TV가 없다”는 점을 내세우는 등 자국 기업을 지켜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특허청에서 무효로 간주한 특허를 근거로 내린 이번 결정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면서 항소할 뜻을 분명히 했다.

삼성전자는 1조원 가까이 배상하게 됐지만 큰 타격은 입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IT·모바일(IM) 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은 6조7000억원으로 배상액을 감당할 만큼 넉넉하다. 또 그동안 ‘카피 캣’ 오명을 씌웠던 디자인 부분 특허 침해는 인정되지 않아 더 이상 애플이 시비를 걸 수 없게 됐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내년 3월 예정된 삼성의 다른 제품들에 대한 특허권 침해 관련 2차 재판에서도 애플 편들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삼성전자에 부담이다. 2차 재판에서는 갤럭시S3 등 비교적 최근 제품이 포함된다. 삼성전자는 해당 제품이 애플 특허를 우회했기 때문에 승소를 자신하고 있지만 애플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