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을 폐암으로 오진 환자 폐 일부 잘라낸 죄… “병원이 8000만원 배상해야”
입력 2013-11-23 05:41
염증을 폐암으로 오진해 폐 일부를 잘라낸 서울대병원이 환자에게 수천만원을 물어주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부장판사 한숙희)는 박모(75)씨와 가족들이 서울대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박씨 등에게 8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박씨는 2007년 간암 진단을 받고 중국의 한 병원에서 간이식 수술을 받았다. 2년 뒤 서울대병원에서 CT 검사를 받은 박씨는 폐에 1.7cm 크기의 결절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병원 측은 암세포가 폐에 옮겨간 것으로 진단했고 2주 뒤 수술을 통해 오른쪽 폐 하단을 전부 잘라냈다. 그런데 수술 후 조직검사를 해보니 결절은 암이 아니라 곰팡이 균에 의한 염증인 것으로 판명됐다.
박씨는 수술 사흘 만에 폐렴이 발생했고 사지마비, 간암 등의 합병증을 앓게 됐다. 박씨는 ‘병원 측이 조직검사를 하지 않고 폐암으로 오진해 불필요한 수술을 했다’며 병원 측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진료 기록을 타 병원에 위탁 감정한 결과 병원 측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10∼20분이면 조직검사를 통한 진단이 가능하고 이후 수술 속행을 결정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병원 측이 먼저 검사를 한 후 적합한 치료방법을 정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폐암으로 확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수술을 감행해 박씨가 쇠약해졌고, 이후 합병증을 앓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다만 이번 염증의 경우 조기진단이 어려웠고, 박씨가 고령인 점, 이전에 간암을 앓았던 병력 등을 고려해 병원 측 책임을 20%로 제한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