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자유·열정… 초겨울 추위 녹인 ‘카르멘’

입력 2013-11-22 17:49


본보 창간 25주년 기념 국립극장서 화려한 幕

사랑과 자유, 열정이 어우러진 오페라 무대가 초겨울 추위를 녹였다.

국민일보 창간 25주년 기념 오페라 ‘카르멘’이 22일 오후 7시30분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국민일보와 국립오페라단이 주최한 이날 공연에는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1500여명이 객석을 가득 채워 열기를 더했다. 극장 로비에는 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 관객들이 몰려들었다.

프랑스 작곡가 조르주 비제(1838∼1875)의 ‘카르멘’은 19세기 스페인 세비야를 배경으로 집시 여인 카르멘과 하사관 돈 호세의 드라마틱한 사랑이야기를 그렸다. 1부(1·2막) 1시간30분, 중간 휴식 20분, 2부(3막 1·2장) 1시간10분 등 총 3시간 동안 진행됐다. 관객들은 남녀 주인공의 유명 아리아와 ‘집시의 노래’ ‘투우사의 노래’ 등 합창이 나올 때마다 이목을 집중시키며 무대에 빨려드는 모습이었다.

지휘자 박태영이 이끄는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의 선율과 함께 막이 오르자 관객들은 응원의 갈채를 보냈다. 병사들이 모여 있는 세비야 광장 위병소와 그 뒤쪽 기울어진 성당 등 감각적인 색채의 무대장치가 눈길을 끌었다. 프랑스 연출가 폴 에밀 푸흐니가 19세기 당시의 원형 투우경기장을 재현한 장면도 볼거리를 제공했다.

의정부시립합창단과 CBS소년소녀합창단의 합창으로 분위기를 띄운 무대는 주인공 카르멘과 돈 호세가 우여곡절 끝에 사랑을 나누는 대목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카르멘이 돈 호세를 유혹하며 부르는 ‘하바네라-사랑은 들새와 같아’, 돈 호세가 카르멘에게 호소하듯 부르는 ‘꽃노래’에 이어 두 사람의 이중창이 끝나자 객석에선 “브라보”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카르멘 역을 맡은 미국 출신 메조소프라노 케이트 올드리치는 감성적인 연기와 섹시한 춤으로, 돈 호세 역을 맡은 테너 김재형은 섬세하면서도 흡인력 있는 노래 솜씨로 “이 시대 최고의 카르멘과 돈 호세”라는 찬사가 과장이 아님을 보여줬다.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두 사람이 열정적으로 사랑하다 파국을 맞이하는 마지막 장면은 객석을 숙연케 했다.

지난해 국립오페라단 창단 50주년 기념 설문조사 결과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로 뽑힌 ‘카르멘’은 진정한 사랑이란 어떤 것인지 되돌아보게 했다. 공연을 주최한 국민일보 김성기 사장은 “국립오페라단 사상 전회 매진 기록을 세운 ‘카르멘’ 공연을 통해 힘들고 지친 많은 사람들이 용기와 희망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