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특허소송 ‘1막2장’] 판결 어떻게… 美 ‘앞마당’ 평결 고전하는 삼성

입력 2013-11-23 05:52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벌어지는 특허 소송에서 고전하고 있다. 배심원들은 번번이 애국심을 앞세운 애플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지난해 8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에서 열린 특허침해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는 배심원들이 모든 쟁점에 대해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 배심원단은 삼성이 애플에 10억5000만 달러(1조1000억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이 재판부에서는 지난 12일부터 다시 재판이 열렸다. 10억5000만 달러를 계산하는 과정에서 법리적 잘못이 발견됐기 때문이었다. 애플은 삼성전자의 수익과 특허에 대한 로열티 등을 고려해 총 3억7978만 달러(4066억원)의 추가 배상을 요구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5270만 달러(556억원)면 적절한 액수라고 반박하는 입장이었다.

애플 측은 삼성전자가 자사 제품 전체를 체계적으로 베껴 수익을 빼앗았다고 주장했다. 애플 측 변호인은 공판 최후진술에서 “만일 법을 어기는 대가가 소액의 벌금뿐이라면 삼성의 베끼기가 성공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플 측은 “지금까지 재판 과정에서 알 수 있는 점은 삼성은 모든 것을 철저히 연구한다는 점이다. 삼성은 배심원들이 어떤 방식으로 판단을 내리는지도 연구할 것”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어렸을 적 우리 아이들은 미국 기업이 만든 TV로 방송을 봤지만, 미국 TV 제조업체들이 자신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지 못해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며 다시 한번 애국심에 호소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미국 특허청이 애플의 ‘핀치 투 줌 특허(915특허)’를 일부 무효로 판정할 수 있다고 시사하자 긴급 재판 중단을 요청한 것이다. 핀치 투 줌은 한 손가락으로 화면을 상하로 움직이거나 두 손가락으로 화면을 확대하는 기능이다. 삼성전자는 애플 측이 “인종적 편견에 호소하고 있다”며 재판 무효를 신청하고 애플 측 변호인을 법정 고발하기도 했다.

결과는 이번에도 ‘앞마당 평결’이다. 배심원들은 21일(현지시간) “삼성전자는 애플에 2억9000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평결에 따른 배상액은 애플 측이 제시한 손해배상 청구액보다는 적지만 삼성 측이 짐작했던 액수보다는 훨씬 많다. 재판장 루시 고 판사는 이번 평결을 참고해 내년 초쯤 최종 판결을 내린다. 삼성전자는 항소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의 최종 판단이 평결처럼 확정되면 삼성전자는 애플에 1조원이 넘는 돈을 줘야 한다.

이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