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그치지 않는 금융권의 도덕불감증
입력 2013-11-22 18:30
국민은행 도쿄지점이 최근 5년간 1800억원에 이르는 부당대출을 통해 챙긴 수수료로 조성한 비자금이 국내로 들어온 것으로 파악돼 검·경이 수사에 나섰다. 일전에는 유명 보험사 설계사가 고객의 탈세를 도와주는 부당한 방법으로 계약 실적을 올린 사실이 드러나 감독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국감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은행권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모두 311건으로 피해 금액만 무려 7787억원에 달한다. 잦은 금융사고는 부실한 내부 통제 시스템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종사자들의 부도덕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은행 비자금 조성 사건도 국내로 돈이 반입된 정황으로 봐 전·현직 경영진의 비리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고객의 돈을 맡아 운용하는 금융인에게는 다른 어떤 직종보다 높은 수준의 윤리의식과 도덕성이 요구된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무차별적인 외국 자본 유입으로 뚜렷한 주인이 없는 은행권의 경우 방만한 경영으로 자주 구설에 올라 고객들의 따가운 눈총을 피할 수 없었다. 은행장 선임 등을 두고 정치권에 줄대기한다는 소문도 그치지 않았다.
금융은 우리 경제의 핏줄에 비유된다. 실물경제가 원활히 돌아가도록 적절한 자금을 공급하는 수원지로서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도 잊을 만하면 터지는 금융사고 때문에 국민의 신뢰를 배신한 적이 이미 여러 차례다. 오죽하면 금융권을 적자와 방만의 대명사격인 공공기관으로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겠는가.
혹독한 구조조정으로 우리 금융권도 국제적 경쟁력을 갖춰 후발국의 금융 시스템을 지원하는 등 비약적인 성장세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다만 아직도 예대마진 같은 구태가 남아있는 것은 문제다. 다양한 경영기법 개발은 물론 내부 통제 시스템 보완과 함께 도덕성을 함양하는 정기적인 교육을 강화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