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조업 세계 4위, 서비스산업과 함께 가자
입력 2013-11-22 18:31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이 유엔 산하기구 조사 결과 일본·독일·미국에 이어 세계 4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동양증권에 따르면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가 2010년 지표를 기준으로 최근 집계·발표한 ‘2012∼2013년 세계 제조업 경쟁력 지수’에서 한국이 0.4044점으로 일본(0.5409점)·독일(0.5176점)·미국(0.4822점)에 이어 4위에 올랐다. 한국의 순위는 1990년 14위, 2000년 12위에 이어 2005년부터 4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제조업에 관한 한 우리나라가 경제 규모를 감안할 때 거의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데 이의가 없다.
문제는 경제의 다른 부문이 위축된 채 후진성을 벗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영업 실적을 보면 제조업 가운데서도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자동차 등 3개사를 제외하고 나면 한국 기업들은 전체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최근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 3개 글로벌 기업이 전체 기업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8.6%였다. 2009년 14.0%, 2010년 16.2%, 2011년 18.9%에 이어 순이익의 쏠림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들 3개 기업으로 인한 한국 경제의 착시현상이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 보면 10대 그룹 안에서도 과도한 부채로 위기에 처한 그룹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것이다. 매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의 리처드 돕스 소장이 지난 4월 한국 경제를 ‘뜨거워지는 냄비 속의 개구리’라고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이 (인천공항과 같은) 강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서비스업을 제조업의 배후산업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며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일자리를 50만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제가 선진화 될수록 제조업의 비중과 부가가치는 감소하고, 서비스업의 그것들은 증대된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전자와 자동차 등 수출업종 및 극소수 대기업에 지나치게 쏠린 경제 인프라와 자원을 서비스업종으로 대거 돌릴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제조업 안에서도 사양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