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오인숙] 종아리 맞는 청춘

입력 2013-11-22 18:46

새 책이 출판돼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첫 글이 반갑게 올라 왔다. “선생님이시죠?” 미안하게도 이름이 기억이 안 나서 “누구세요?”하고 물었더니 아주 오래 전에 이메일로 신앙상담을 했던 청년이라는 답신이 왔다. 짐작이 갔다.

내 책을 읽고 장문의 메일을 보냈던 청년이었다. 잘 지내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겉으로 보면 멀쩡한데 속은… 종아리 많이 맞을 잘못만 저지르고 있습니다”라는 답글이 왔다. 다시 마음을 아프게 하는 글이 올라왔다. “저 사실 거의 인생을 포기했답니다. 혼자 방에서 술 마시고 스스로를 미워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선생님의 글이 떠서 소스라치게 놀라고 있었습니다. 수십년 그나마 믿는 건 신앙뿐이라고 버텨왔는데 허무할 정도로 내 손에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 와중에 남들에게 그런 거 보이기 싫어서 거짓말도 하게 되고 … 그러니 제가 종아리 맞아야 하지요….”

청년은 오늘도 스스로의 종아리를 때리며 방에 틀어박혀 있다. 오만할 정도로 자기애에 빠질 수 있는 청춘의 때를 자신의 종아리를 치는 일로 무기력을 채찍질하며 보내고 있다. 자신의 역할을 찾고 남이 나를 평가하는 기준에 따라 자기존중감이 생기는 시기에 청년은 자신을 미워하고 남의 눈칫밥 먹기 싫어 방으로 숨어들고 있는 것이다.

청춘의 입에서 포기라는 말이나 허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 가슴 아프다. 이 시대를 사는 청춘들이 얼마나 많이 자신의 종아리를 향해 회초리를 들고 있겠는가. 한번도 본 적 없는 청년은 내가 예전에 보내준 메일을 보고 또 본다고 했다. 그리고 “저는 가르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라고 했다. 청년은 너무 외로운 것이다. 옛 어른들은 아랫사람이 잘못하면 발을 묶고 함께 종아리를 맞았다는데… 마음이 찔린다. 청년이 오늘 내게 “추운데 감기 조심하세요”라는 문자를 보냈다. 청년이여! 아픈 청춘이지만 따뜻한 마음을 잊지 않고 있으니, 정말 소중한 것들을 포기하지 않고 있으니 그대 청춘은 아름답다.

오인숙(치유상담교육연구원 교수·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