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원 칼럼] 지역사회 속의 교회

입력 2013-11-22 18:47 수정 2013-11-22 23:40


지난 14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맞은편에 위치한 평화의 공원에서는 대규모 김장 담그기 행사가 열렸다. 마포교회연합회 주최로 마포구 50여 교회가 모여 지역에 거주하는 다문화 가정,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등 불우이웃 1800여 가구에 전달할 김치를 담갔다. 가구당 10㎏의 김장을 전달하는데, 목회자와 성도 600여명이 동참하는 뜻 깊은 행사였다. 동시에 다문화 가정의 주부들, 즉 한국으로 시집온 외국인 여성들이 이번 김장 담그기 행사에 동참했다. 그 외 많은 외국인들이 참여해 한국의 김장 문화를 체험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겨울을 앞두고 월동 준비를 해왔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땔감이다. 연탄을 주 연료로 사용하던 시절에는 겨우내 따뜻하게 지낼 연탄을 장만해야 했다. 그리고 다른 하나가 바로 김장이다. 이것은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음식으로 겨울나기 준비에 가장 중요하다. 이렇게 연탄 장만과 김장을 끝내면 겨울 준비를 다 마친 것으로 생각했다. 지금도 우리는 김장의 전통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겨울철 기본적인 먹거리인 김장조차 준비하지 못하는 불우한 이웃들이 아직 우리 주변엔 많다.

지역사회를 섬기는 교회

그래서 보통 이맘때가 되면 기업체나 사회봉사단체들이 불우이웃을 위한 김장 담그기 행사를 갖는다. 이번 마포교회연합회의 김장 나눔 행사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서울시의 한 구(區)에 속한 교회들이 불우이웃을 위한 일을 했다는 데 의미가 있고 동시에 어느 대형교회 한 곳에서 한 것이 아니라 50여 교회가 연합해 이런 큰일을 했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교회는 연합을 하는 데 있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파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교회 연합기관도 분열되고 반목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포구 교회들이 함께했다는 것은 ‘교회 연합’이라는 아름다운 모델을 보여준 계기가 됐다. 당일 600여명의 자원봉사 성도들의 일하는 모습은 정말 감사와 기쁨으로 가득 찼다. 어느새 작업을 마친 뒤 쌓여 있는 1800여 김치통은 뿌듯함 그 자체였다. 보기에 참 좋았다. 1800통의 김치는 곧 동별로 나뉘어져 배달됐다.

흔히 건강한 교회란 크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존재 목적에 맞게 예배와 교육, 교제와 전도, 그리고 봉사가 균형 있게 잘 수행되는 모습에 있다고 본다. 그중에서도 교회는 지역사회 속에 봉사의 기능을 제대로 해야 된다.

오늘의 교회가 사회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고 또 지역으로부터 외면당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목회자나 성도들의 부도덕한 면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교회가 외딴 섬 같이 지역사회로부터 격리되고 있다. 그렇다보니 지역사회는 교회들을 자기들끼리만 위하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교회는 지역사회로부터 격리될 수도 없고 격리되어서도 안 된다. 교회는 지역사회 속에 있어야 하며 지역사회를 섬겨야 한다.

어려운 이웃에게 다가가는 교회

사실 현재 한국교회는 다른 어느 기관이나 종교단체보다 많은 사회봉사를 펼치고 있다. 그렇다면 보다 효율적으로 지역사회를 섬기기 위해 교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현재 우리 교회가 위치한 지역사회의 필요를 확인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그 가운데서 교회가 봉사할 수 있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찾으며 가능한대로 행정기관과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면서 사역하는 게 좋을 것이다.

이제 추운 계절, 연말이 다가온다. 추울수록 어려운 이웃들은 더 사는 게 힘겨워진다. 교회는 지금보다 더 이웃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할 수만 있다면 교회별로 하는 것보다 연합해 지역을 섬기는 모습이 더 아름답다. 그럴 때 지역 교회들은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가 될 수 있고 또한 지역 복음화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오늘 한국교회 상황을 보면서 교회 연합과 불우이웃을 생각하는 계절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가져본다. 우리는 예수님이 주신 ‘선한 사마리아인의 교훈’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네 생각에는 이 세 사람 중에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 이르되 자비를 베푼 자니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 하시니라.”(눅 10:36∼37)

김경원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서현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