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막겠다” 유엔 결의안 미국서 채택 저지나서

입력 2013-11-21 22:31

무차별 도청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미국이 온라인 감시행위를 제한하는 유엔 결의안을 막아서고 있다고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의 블로그 ‘더 케이블’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과 브라질은 지난 7일 유엔에 온라인 사생활 보호권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결의안은 미국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미 정보기관의 무차별적 도청을 막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결의안에 대해 미국은 공개적으로는 긍정적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만 뒤로는 동맹국들과 함께 결의안을 수정하기 위해 작업을 하고 있다고 더 케이블은 주장했다.

독일과 브라질은 유엔의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의 핵심인 사생활 보호권을 온라인에도 적용시키는 내용의 결의안을 마련했다. 결의안은 “누구도 사생활이나 가족, 가정, 통신 등과 관련해 임의적 또는 불법적 간섭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결의안은 또 “공공 안보라는 이유로 민감한 정보를 수집·차단하더라도 모든 국가는 유엔 인권법규를 준수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결의안은 이날 회원국에 배포됐고 다음 주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유엔 주재 미 대사관의 커티스 쿠퍼 대변인은 “결의안이 인권을 향상시키고 각국의 의무에 부합하도록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미국은 동맹국들에 일부 조항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는 비밀 문건 ‘디지털 시대의 사생활 보호권’을 전달했다. 미국이 가장 빼고 싶어하는 부분은 “해외에서의 감시와 정보 수집 행위가 인권 침해에 해당된다”는 조항이다. 이 조항을 삭제한다는 것은 “미국이 해외에서 스파이 활동을 계속 할 수 있는 권리를 지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미국은 또 “온라인에 과도한 침입 행위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조항에서 ‘과도한’이라는 부분을 ‘불법적인’으로 바꾸려고 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해외 정보 수집 활동이 ‘합법’임을 강조해 왔기 때문에 결의안 통과와 상관없이 현재와 마찬가지로 첩보 활동을 계속 할 수 있게 된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다이너 포켐퍼 법무자문위원은 “미국은 과거에나 현재나, 또 앞으로도 법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 케이블은 “미국은 뒷줄에 앉아 있고 호주, 영국, 캐나다 등의 동맹국을 앞세워 결의안을 저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