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사건 공판] 수원시장 당선 과정 ‘모종의 거래’… 확인 땐 큰 파장
입력 2013-11-21 22:16 수정 2013-11-22 00:14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의 ‘내란음모’ 혐의를 국가정보원에 알린 내부 제보자가 21일 법정에서 2010년 6·2지방선거 당시 수원시장 선거와 관련,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간 이면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수사 당국이 당시 경기도 하남시장 후보단일화 과정에서도 양당 간 이면합의가 있었음을 시사하는 문건을 발견했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제보자 이모씨는 수원지법에서 열린 ‘내란음모 사건’ 6차 공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나와 “(6·2지방선거 당시) 수원시장 후보단일화를 성사시키는 조건으로 합의된 사항 가운데 마지막 5번째가 ‘친환경무상급식지원센터를 만들고 이를 민노당이 맡는다’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급식지원센터장을 맡았던 그는 센터장으로 일한 것도 RO조직 활동이냐는 검찰 질문에 “그렇다. (조직 지시라) 감히 거스르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씨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염태영 수원시장 당선 과정에서 양당 간 ‘거래’가 있었다는 뜻이다.
민주당과 민노당은 6·2지방선거를 앞둔 2010년 5월 14일 수원시장 후보 단일화와 지방공동정부 구성에 합의했다. 민주당 염 후보와 민노당 김현철 후보는 같은 날 염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명박 정부의 독주를 심판하고 한나라당 권력을 교체하는 대의에 동의해 단일화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염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했으며 양당의 정책공조와 공동지방정부 구성을 위한 실무기구 구성을 협의키로 했다.
실제로 선거 이후 수원시종합자원봉사센터 상임이사에 김 후보가 취임했고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된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이 수원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에 임명됐다. 수원시가 민노당의 후신인 통진당 소속 인사들이 취업한 기관에 지난 2년간 지원한 예산은 국비, 도비, 시비 등을 합쳐 총 68억원에 달한다.
수원시는 이씨의 이면합의 주장에 대해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반박자료를 냈다. 수원시는 “지방선거 이후 민노당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시민참여형 공동지방정부’를 구성하기로 했으나 실무협의 과정에서 무산됐다”고 밝혔다. 또 “친환경무상급식지원센터장 등의 채용은 보편적 복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성과 활동 경력을 기준으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공개 채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수사 당국은 2010년 하남시장 선거 당시 민노당 후보로 나선 김근래(구속 기소) 통진당 경기도당 부위원장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후보단일화 조건으로 평생교육원 등 각종 단체 운영권과 50억여원의 재정지원을 받기로 하는 등 8개 조항이 담긴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은 김근래 피고인이 선거운동 사무실로 쓰던 평생교육원 내 컴퓨터 1대에서 발견됐다.
이에 대해 하남시 측은 “50억여원을 지원한 사실이 없고 평생교육원과 하남환경의제21에 지원한 2억5000여만원은 유엔과 정부 정책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후보로 당선된 이교범 하남시장도 “사실로 드러나면 사퇴하겠다”며 이면합의 의혹을 일축했다.
검찰과 국정원은 후보 단일화를 이룬 민주당 출신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통진당 관계자를 산하 및 공공기관장으로 채용해 예산을 지원한 사례를 조사하고 있어 수사가 다른 지자체로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수원=김도영 기자 do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