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부결된 ‘연임안’ 9일 만에 번복 통과
입력 2013-11-21 18:20 수정 2013-11-21 21:32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의 연임을 허용하는 정관 개정안이 한기총 임원회에서 통과됐다. 홍재철 현 대표회장의 연임을 위해 지난 12일 부결된 안을 무리하게 다시 통과시켰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한기총은 21일 서울 연지동 한기총 회의실에서 제24-10차 임원회의를 열고 대표회장의 임기를 현행 2년 단임에서 2년 연임으로 바꾸는 정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별도의 표결절차 없이 공개적으로 찬반을 물은 뒤 박수로 가결했다.
한기총 정관운영세칙개정위원장 이승렬 목사는 브리핑에서 “내년 10월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총회 개최, 기독교역사박물관 건립, 노숙자 돌봄 사업, 대정부 관계강화 등 중요한 과제를 해결하려면 대표회장의 임기가 연장돼야 한다”고 정관개정 이유를 설명했다. 조계종 등 타 종단 대표자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의 임기가 한기총 대표회장보다 길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이 목사는 “홍재철 대표회장을 위해 정관을 개정한 것은 아니며 누구든 대표회장에 나올 수 있다”면서 “하지만 한국교회의 큰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일 잘하고 힘도 있는 홍 대표회장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한기총 대표회장 연임을 위한 정관개정안이 임원회에 상정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달 22일 긴급 임원회에 이 안건이 처음 상정됐을 때는 홍 대표회장이 “가족이 반대하고 있고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사양해 보류됐다. 지난 12일 제24-9차 임원회에서는 무기명 투표를 통해 이 안을 부결시켰다. 홍 대표회장은 당시 “차기 대표회장을 맡을 생각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불과 9일 만에 부결된 안을 다시 상정해 통과시키고 홍 대표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구체화됨에 따라 한기총 안팎에서는 우려와 질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기총 A 전 회장은 “이해득실에 따라 한기총이 움직이면 욕을 먹고 우습게 될 것”이라며 연임에 반대했다. 한기총 B 공동회장은 “일사부재리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는데, 부결된 안건을 다시 올려 통과시킨 것은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한기총 외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한 교계 인사는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한데 이해관계 때문에 한기총이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뒤바꾼다면 너도나도 목소리만 높이지 않겠는가”라면서 “가뜩이나 이해관계가 수시로 충돌하는 교계 현장의 혼란만 더 부추길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통과된 정관 개정안이 확정되려면 다음달 3일 실행위원회 심의를 거쳐 내년 1월 총회에서 대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한기총 차기 대표회장 선거는 내년 1월 말 정기총회에서 대의원 300여명의 무기명 투표로 치러진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