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과 감동 사랑의 징검다리 81만개… 전남우정청 100만 편지쓰기 행사 숱한 화제·사연 남겨

입력 2013-11-21 18:14


“꼬박 30년간 아내로 살면서 당신의 무뚝뚝한 성격 때문에 속상한 적이 많았습니다. 가끔 편지를 보냈지만 그동안 한번도 답장을 받아보지 못했네요. 얼마나 더 부부의 인연을 맺고 살지 모르겠으나 후회 없이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이달 초 광주 월광교회 부부학교 강의실. 남편에게 쓴 편지를 어색하게 낭독하던 김모(65·여)씨의 눈에 이슬이 맺혔다. 울먹거리던 김씨는 끝내 편지를 읽지 못했다. 사회자가 김씨를 대신하자 옆에서 듣고 앉아 있던 남편 이모(66)씨도 결국 눈물을 훔치다가 아내를 감싸 안았다.

30년 만에 부부 간 편지를 통해 ‘사랑의 오작교’가 놓이는 순간이었다.

전남우정청이 10월 21일부터 11월 9일까지 3주간 펼친 ‘2013 예향남도 100만 편지쓰기’ 행사가 숱한 화제와 아름다운 사연들을 남기고 막을 내렸다.

전남우정청은 행사기간 동안 지난해 42만 통의 비해 2배에 가까운 81만 통의 편지가 가족과 친구, 스승 등에게 쓰여 졌다고 21일 밝혔다. 국내 편지쓰기 행사로 최고 기록을 세운 것이다(도표 참조).

올해의 경우 개인의 편지쓰기 참여자가 지난해보다 15만명 이상 늘어 디지털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세태를 엿보게 했다. 3주 만에 사랑의 징검다리 81만개가 놓인 것이다.

개인 23만1000여 통, 각급 학교 29만3000여 통, 기타 단체에서 28만6000여 통의 편지를 보냈다. 또박또박 손 글씨로 정성을 가득 담은 편지는 마음과 마음을 잇는 추억과 감동으로 오롯이 남았다.

학교폭력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전해진 ‘사과 편지’부터 세상을 홀로 떠난 남편에게 보내는 가슴 뭉클한 ‘사랑 고백’, 다문화가정의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서툰 글씨로 띄운 ‘애교 편지’까지...

전남우정청은 오는 26일 충장로 우체국에서 100만 편지쓰기 폐막식을 겸해 광주시와 전남도, 시·도 교육청 등과 편지쓰기 문화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폐막식에서는 편지쓰기 행사에 참여한 개인과 우수단체에게 미래창조과학부장관상 등을 수여한다.

김병수 전남우정청장은 “편지는 보내는 사람의 가슴에서 쓰여 받는 사람의 가슴에 스민다”며 “앞으로 진정한 소통 도구인 편지쓰기 운동을 확산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