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기준 강화 ‘바젤Ⅲ’ 12월 시행 은행 튼튼해지지만 서민 대출 빡빡해질 수도
입력 2013-11-21 18:10
새로운 자본규제인 ‘바젤Ⅲ’가 다음 달 1일부터 국내 은행에 적용된다. 은행들이 체력이 약하면 돈 장사를 못 하게끔 보수적인 자금조달·운용을 강조하는 국제 기준이다. 바젤Ⅲ 시행으로 국내 은행들이 당장 큰 타격을 입을 것 같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자본조달 비용부담이 커져 중소기업과 서민층 대출을 줄일 우려가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산하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는 2008년 금융위기에 대한 반성으로 은행의 손실흡수능력을 제고하고 과도한 자산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바젤Ⅲ를 마련했다. 바젤Ⅲ는 은행지주회사에 대한 최소자본규제를 현행 연결자기자본비율(8%)에서 보통주자본비율(4.5%), 기본자본비율(6%), 총자본비율(8%)로 세분화했다. 여기에 위기 시 손실흡수에 필요한 자본을 뜻하는 자본보전완충자본이 단계적으로 추가 부과돼 향후 몇 년간 자본비율 기준이 점점 높아진다.
은행의 후순위채권과 신종자본증권(하이브리드채권)은 보통주 전환 조건 등이 붙어야 ‘조건부 자본증권’(미리 정한 사유 발생 시 주식으로 전환되는 증권)으로 인정된다. 트레이딩 계정과 유동화 증권의 위험가중치는 상향 조정된다. 자본 인정 범위를 줄여 은행들이 자본을 더 쌓도록 한 것이다.
국내 은행들은 바젤Ⅲ 시행을 앞두고 아직 전환 조건이 붙지 않은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크게 늘렸다. KB국민·우리·신한·하나·농협은행은 올해 들어 이들 채권 발행으로 3조7000억원의 자금을 끌어왔다.
앞으로 전환 조건을 붙여 발행하면 발행금리가 올라 자본조달 비용이 증가한다. 또 이미 발행한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은 바젤Ⅲ 규정에 따라 매년 자본에서 10%씩 차감돼 그만큼을 다시 메워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이렇게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 은행들은 중소기업이나 저신용자 대출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김혜미 수석연구원은 21일 “수익성이 나빠진 상황에서 은행들은 자본조달 비용이 오르면 위험가중자산인 중소기업 대출을 줄여 규제비율을 맞추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젤Ⅲ를 준수하는 것이 중소기업에 신용 공급을 축소시키는 명분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바젤Ⅲ는 따라야 하는 국제적 합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장 안전한 보통주 중심으로 자본을 재편하는 바젤Ⅲ의 취지는 바람직하다”며 “중소기업·저신용층에 대한 신용 공급 위축 같은 부정적 효과가 있더라도 바젤Ⅲ 도입에 따른 대내외 금융안정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