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부실社 구조조정 추진” 발언에 증권가 “불난 집 부채질” 발끈

입력 2013-11-21 18:10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영업난에 처한 증권사들에 구조조정 채찍질을 했다. 증권사 간 인수·합병(M&A)을 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라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신 위원장은 21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금융투자협회 창립 60주년 기념 심포지엄 축사에서 “금융산업이 차지하는 부가가치 비중을 10년 안에 10%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금융투자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며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M&A 추진 증권사에 인센티브를 주고 경영이 부실한 증권사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요즘 증권사들은 영업난에 처하자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을 보면 지난 9월말 기준 10대 증권사의 직원수는 2만4703명으로 2011년 9월말보다 1735명이 줄었다. 한화투자증권의 경우 지난 14일 직원 450명을 정리해고키로 했다.

증권사들은 신 위원장이 단기적 성과에 집착해 큰 그림을 보지 못한다고 말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업 구조조정이 잘 이뤄지지 않아서 나온 말 같은데 M&A는 인센티브와 관계없이 업황이 좋아지면 필요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이뤄진다”고 말했다.

2008년 증권사 라이선스(허가증)를 늘려놓고 불과 5년 만에 상황을 뒤집는 데 대해서도 불만이 크다. 금융위기라는 악재가 있긴 했지만 불과 5년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정책을 바꾸는 탓이다. 또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시너지, 증권업의 미래, 경제효과를 다 따져도 강제적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인가 의문스럽다”며 “2금융권에서도 증권업을 빼고 안전지상주의로만 가면 리스크는 단기간에 줄어들겠지만 장기적 발전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진삼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