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85세 미국인을 협상카드로?
입력 2013-11-21 18:05
북한이 고령의 미국인을 억류 중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 동기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새너제이 머큐리 뉴스 등에 따르면 북한은 캘리포니아주(州) 팔로 알토 출신의 미국인 관광객 메릴 뉴먼(85·사진)씨를 3주일 이상 구금하고 있다. 뉴먼씨는 지난달 중국 베이징의 한 여행업체를 통해 이웃 주민과 함께 북한을 방문했으며 같은 달 26일 귀국행 비행기에서 체포돼 억류됐다. 그는 스탠퍼드대학원을 다니면서 인근 고등학교에서 수학과 과학 과목을 가르쳤으며, 기술회사 중역으로 근무하다 1984년 은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뉴먼씨는 1950년 UC버클리대 동물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전에 보병장교로 참전한 경력이 있다. 이와 관련해 뉴먼씨가 한국전 참전 사실 때문에 검거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뉴먼씨의 아들은 이날 미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억류 하루 전 북한 당국자 1∼2명이 부친을 찾아 과거 군복무 기록에 대해 언급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와 관련, 북한이 전례처럼 협상카드로 사용하기 위해 뉴먼씨를 억류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지만 85세의 고령이고 지병을 앓고 있다는 점에서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워싱턴 소식통은 “뉴먼씨가 북한에 억류 중 사망할 경우 그 파장은 엄청날 것인데, 북한이 향후 협상카드로 쓰기 위해 이런 큰 위험을 안는다는 것은 이해가 잘 안 된다”고 말했다.
북한 전문가인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 연구원은 북한의 미국 시민 억류는 그동안에도 여러 차례 있었으나 대부분 한국계 미국인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례는 특이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몇 주간 억류하고 있으면서 이를 밝히지 않는 것도 이례적”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으로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은 2명으로 늘어났다.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45)씨는 지난해 11월 북한에서 검거돼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복역하고 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