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병 호르몬 치료 실마리 찾았다

입력 2013-11-21 17:58 수정 2013-11-21 22:38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50년째 앓고 있는 루게릭병(근위축측삭경화증). 뇌와 척수의 운동신경세포가 손상돼 의식 감각 지능은 멀쩡하지만 팔다리 근육을 움직일 수 없다. 끝내 호흡근육 마비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무서운 병이다. 국내 연구진이 희귀난치성질환인 루게릭병의 진행을 막아주는 새로운 치료법의 실마리를 찾았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고재영 교수팀은 최근 루게릭병에 걸린 유전자변형 생쥐에 여성호르몬 ‘프로게스테론’을 투여한 결과 운동신경세포 사멸이 효과적으로 억제되고 생존율도 높아진 것을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프로게스테론이 루게릭병의 대표적 발병인자인 ‘돌연변이단백질 SOD1’을 감소시켜 병의 진행을 억제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프로게스테론을 투여하지 않은 생쥐는 정상 생쥐의 5% 정도 운동능력만 남아 있었지만 프로게스테론을 투여한 생쥐는 정상 생쥐의 50% 정도 운동능력 보존 효과를 보였다. 또 프로게스테론을 투여했을 때의 생존 기간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10%가량 더 긴 것으로 확인됐다. 고 교수는 “프로게스테론은 이미 우리 몸속에 존재하고 동물실험에서 독성 반응도 나타나지 않아 치료제 개발 시 임상 적용이 한결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학술지 ‘질병신경생물학’ 11월호에 실렸다.

민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