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한순간 승부 뒤바꾸는 오심… 누가 농구열기 찬물 끼얹나
입력 2013-11-22 00:52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이 심판의 오심을 경기 다음 날 시인한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SK는 20일 서울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스와의 경기에서 78대 69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SK는 승리와 함께 홈27연승 기록을 갖게 됐다. 하지만 심판의 결정적인 오심으로 거둔 승리라는 불명예도 안았다.
심판진은 오리온스가 61-55로 앞선 4쿼터 종료 5분55초를 남기고 김동욱이 주희정에게 속공 반칙을 저질렀다고 판정했다. SK에게는 자유투 2개에 공격권이 주어졌다. 이에 오리온스 김동욱이 심판에게 항의하자 다시 테크니컬 반칙을 선언해 SK는 자유투 3개에 공격권을 얻었다. SK는 주희정이 자유투 3개를 다 넣고 이어진 공격에서 애런 헤인즈가 골밑 득점에 성공했다. 한 번 공격에 5점을 넣어 순식간에 60-61까지 좁혔다.
최악의 상황은 오리온스가 64-63으로 앞서던 종료 4분24초를 남기고 일어났다. 오리온스 이현민이 SK 변기훈에게 공격자 반칙을 저질렀다는 판정이었다. 이에 항의하던 추일승 감독은 테크니컬 반칙 2개를 연이어 지적받고 퇴장당했다. SK는 이때 얻은 자유투 2개를 주희정이 모두 넣어 승부를 뒤집었다. 3쿼터 한때 14점 차로 뒤지던 SK는 결국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가 끝나자 심판의 오심을 지적하는 팬들의 의견이 KBL 자유게시판을 비롯한 주요 농구 커뮤니티를 달궜다. 급기야 이보선 KBL 심판위원장은 해당 경기의 오심을 인정했다. 이 위원장은 21일 “김동욱의 반칙은 일반 반칙으로 선언하는 게 맞고 이현민의 공격자 반칙은 반칙 상황이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20일 판정은 최한철 심판이 내렸다. 최 심판은 2004년 3월18일 오리온스와 LG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명백한 오심으로 한 시즌 자격정지를 받았다.
오리온스와 SK의 악연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29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오리온스와 SK전에서도 판정 논란이 있었다. 오리온스가 80-69로 앞선 종료 2분2초 전, SK 김선형이 공을 가로챈 뒤 공격에 나서는 순간 휘슬이 울렸다. 김선형은 자유투 2개를 넣고 공격권까지 얻어 3점슛을 성공시켰다. SK는 승부를 연장전으로 몰고가 91대 86 역전승을 거뒀다.
테크니컬 파울 2회로 퇴장당한 경험이 있는 한 감독은 “앞으로 심판의 애매한 파울 장면도 비디오 판독이 가능토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BL은 판정논란에 대한 평가위원회 회의 결과를 22일 발표할 예정이다. 오리온스 구단측은 “오심으로 인정돼 다행이지만 선수들이 입은 상처는 누가 치료해주느냐”면서 “조만간 구단차원의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프로농구에서 최근 세 시즌 동안 테크니컬 파울을 가장 많이 지적당한 감독은 추일승, 이상범 감독인 것으로 확인됐다. 추 감독과 이 감독은 나란히 11회로 최다를 기록했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이 7회, 전창진 KT 감독과 허재 KCC 감독이 각 6회로 뒤를 이었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