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사이트 오류 이용 돈 챙겼다면 유죄”

입력 2013-11-21 18:00

회사원 유모(38)씨는 2009년 1월 인터넷복권 사이트의 오류를 발견했다. 복권을 사기 위해 만든 가상계좌에 1000원 미만의 금액이 들어 있을 때 복권구매 명령을 입력하면 복권구매 요청금과 동일한 액수의 가상현금이 입금되는 오류였다. 유씨는 이 ‘도깨비 방망이’ 같은 오류를 이용했다. 2009년 1월부터 3월까지 4만5926번 오류를 유발시켜 총 1800만여원을 가상계좌로 입금 받았다. 980만원가량은 유씨의 실제 계좌로 환불받았고 나머지 820여만원으로는 복권을 샀다.

컴퓨터 등 사용사기로 재판에 넘겨진 유씨는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유씨가 법에서 금지하는 ‘허위의 정보를 입력’하거나 ‘부정한 명령을 입력’한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정상적인 정보·명령 입력 절차를 따랐으나 프로그램 자체의 오류를 이용해 비정상적인 이득을 취한 행위에 대한 처벌법규가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유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유죄취지로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사무처리 목적에 비춰 지시해서는 안 될 명령을 입력하는 것도 ‘부정한 명령의 입력’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