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 사각지대까지… 한국교회 사랑에 감사”
입력 2013-11-21 17:42 수정 2013-11-21 21:29
한국교회필리핀재해구호연합, 레이테주 오르목서 첫 구호활동
슈퍼태풍 하이옌이 지나간 필리핀 레이테주 타클로반 인근 오르목(ormoc)시. 21일 오전 10시쯤(현지시간) 이곳 오르목시티교회에 1000여명의 주민들이 모여들었다. 이 지역 7개 동네(산호세·파탁·반띠기·말힌·돈야·마리아·동홀)에 사는 주민들이다. 한국 교회가 보낸 구호품을 받기 위해 모인 주민들로 교회는 물론 주변까지 크게 붐볐다. 이들은 배급표를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섰다.
교회 옆의 부서진 집 앞에 앉아 구호품을 기다리던 주민들은 킬레스페(56) 오르목시티교회 목사에게 언제부터 배급이 되는지 반복해서 물었다. 교회 문 앞에 길게 늘어선 줄에 서 있던 막제이 니에두(22)씨는 “이번 태풍으로 집을 잃었다”고 했다. 교회에서 구호품을 나눠준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는 니에두씨는 임신한 아내를 비롯한 5명의 가족이 길바닥에 천막을 치고 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인명피해가 없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킬레스페 목사는 “300명의 성도 중 150명이 이번 태풍으로 집을 잃었고, 우리 집도 지붕이 날아가 수리 중”이라며 “성도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싶으나 내가 할 수 있는 건 성도 가정을 심방하며 기도하는 것뿐이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마닐라와 세부를 거쳐 서둘러 달려온 한국교회필리핀재해구호연합은 오전 11시쯤 오르목시티교회에 도착해 쌀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필리핀연합교회(UCCP)의 선교동역자인 정해동 목사는 “태풍으로 여러 지역이 피해를 입었음에도 언론들이 레이테주의 수도인 타클로반만 집중 조명해 다른 피해지역에는 구호품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면서 “구호에서조차 소외됐던 오르목 인근 지역 주민을 찾아와 무척 감사하다”고 말했다.
쌀을 나눠주기 시작하자 교회 앞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태풍이 지나간 이곳에선 적도의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고 있었다. 뙤약볕에 기다리다 지친 이들이 교회 입구로 밀고 들어와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자원봉사자들이 질서를 유지하느라 안간힘을 썼다. 한국교회 목회자로부터 구호품을 전해받은 이들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합니다”라고 한국어로 인사했다.
킬레스페 목사는 “한국교회가 교인뿐 아니라 지역 주민 모두를 책임져 줘 매우 감사하고 행복하다”며 “하나님의 축복이 예장 통합과 한국교회에 넘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르목(필리핀)=글·사진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