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국민銀 비자금 의혹 들여다본다
입력 2013-11-21 17:32 수정 2013-11-21 22:30
KB국민은행이 일본 도쿄지점에서 조성한 비자금으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점점 커짐에 따라 이 사건이 금융 당국 조사에서 검찰 수사로 확대되고 있다. 금융 당국은 일본에서 국내로 유입된 비자금 일부가 백화점상품권 판매 업체로 흘러가는 등 ‘돈세탁’ 흐름을 파악했다. 금융감독원의 특별검사가 마무리되면 검찰은 이 비자금의 출구와 구체적인 용처를 파악하기 위해 본격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경쟁하듯 조사…자금 출구는=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21일 “대출이 급증한 KB국민은행 도쿄지점에서 국내로 유입된 돈 가운데 수천만원이 백화점상품권 판매 업체에 지급된 사실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KB국민은행 검사와 관련, 검찰 등과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며 “금감원이 금융 관련 법규 위반사항을 검사한 뒤에는 사정당국의 초점이 자금의 용처에 맞춰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수서경찰서도 KB국민은행 도쿄지점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지난 9월 KB국민은행이 도쿄지점장을 지낸 이모씨와 직원 2명을 검찰에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백화점상품권을 구입했다는 구체적인 흐름은 경찰 측이 파악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 지휘를 받아 지난 9월부터 이들의 부정대출 및 횡령·배임 여부 등을 수사하고 있다”며 “다만 고발 당시 증거자료가 불충분했고 금융 당국으로부터 넘어온 추가 자료도 없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 도쿄지점은 최근 5년간 18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부당대출을 통해 수수료를 챙기는 수법으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 국내로 들여온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권에서는 일본에서 흘러들어온 돈의 규모가 100억원에 달하며, KB금융지주 전·현직 경영진의 비리와 연관됐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돈세탁 사실에 이어 비자금의 규모와 출구가 구체적으로 파악된다면 사건의 파장은 금융권을 뛰어넘게 된다.
◇카자흐스탄 투자손실 연관성은=금융권에서는 카자흐스탄에서 발생한 KB국민은행의 센터크레디트은행(BCC) 투자손실도 비자금 조성과 연관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금감원이 다음 달 조영제 부원장을 파견키로 한 것도 이례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카자흐스탄 금융 당국이 BCC 부실 내역을 알린 시점은 지난 8월인데, 도쿄지점 비자금 검사에 나선 시점에 기민한 대응을 벌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BCC의 부실은 KB국민은행의 분식회계나 비자금과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조 부원장이 카자흐스탄에 방문하는 것은 기본적인 정보 교환이나 업무협력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지난 2월 카자흐스탄 금융 당국과 금융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었었다. 이 관계자는 “업무협력 차원에서 실무자가 아닌 고위층이 방문하는 것”이라며 “단순히 우리나라 은행이 2대 주주인 은행의 부실을 점검하기 위해 부원장이 파견되는 것은 맞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박세환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