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희성] 게임의 자유를 許하라
입력 2013-11-21 17:43
마당에 사과나무가 한 그루 있다. 덕분에 초여름이면 예쁜 사과꽃을 볼 수 있고, 8∼9월엔 연두색의 사과를 따는 재미가 쏠쏠하다. 해마다 봄이 오기 전, 2월 즈음 가지치기를 하는데 그래야 크고 맛있는 사과를 먹을 수 있다고 한다.
한동안 조경회사 아저씨들이 와서 도와주셨는데 어느 해인가 어머니가 직접 가지치기를 했던 적이 있다. 전신에 담이 들 정도로 힘들게 가지를 쳐냈는데 결과는 최악의 흉작. 사과 맛도 보지 못했다. 어깨너머 배운 솜씨로 겁 없이 가위질한 대가였다. 쉬워 보이고 다 아는 것 같아도 전문가의 손길은 다른 법, 함부로 나설 일이 아니었다.
청소년 게임중독 예방과 수면권 보장을 위한 셧다운제가 시행된 지 2년이 지났다. 얼마나 효과가 있었을까. 한 20분 정도 게임시간이 줄었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사회적 파장과 갈등을 유발한 것치고는 참 미미한 결실. 성과라고 하기에는 득보다 실이 더 크다. 관계부처는 국민의 신뢰를 잃었고 게임업계는 선무당이 사람 잡는 가지치기로 어렵게 움튼 싹들이 다 잘려 나갈 판이다.
규제가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다. 모바일게임 시장에 나오는 표절게임, 자기복제게임. 무료라고 꼬드겨서 어린 학생들의 지갑을 탈탈 털어가고, 갑자기 서비스를 중단하는 게임사들.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게임들. 그리고 불법다운로드까지. 정작 쳐낼 가지는 따로 있는데 엄한 가지만 붙들고 씨름하는 모양새가 납득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물론 청소년 보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고, 재미있으면서도 건전한 게임 개발과 올바른 게임문화를 위한 업계의 자정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아이의 수면권 보장, 중독으로 인한 폐해를 논할 정도라면 게임업계의 운영방식이 문제가 아니다. 사태의 근원지는 가정과 학교이고 부모와 교사의 직무유기가 문제의 핵심이다.
올해 게임 산업의 상반기 수출액은 1조5000억원, 콘텐츠산업 전체 수출액의 절반이 넘는다. 기특하게도 왜곡된 시선과 냉대 속에서 지난해 세계 시장점유율 14%의 수출효자로 성장했다.
그런 그들의 창창한 앞날에 도박 마약 운운하며 근엄한 얼굴로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현실도피요 무책임의 극치 아닌가. 그런 안일함으로 대체 누굴 지키겠다는 것인지, 위기 앞에서 머리만 숨긴 꿩 같다. 어리석은 꿩이 살길은 하나다. 위기의 본질을 제대로 가늠하고 온몸을 가릴 풀숲을 찾는 것. 그것이 지금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다.
김희성(일본어 통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