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김재중] 방위산업도 국가경쟁력이다
입력 2013-11-21 17:44
전시회 취재는 항상 마음을 들뜨게 한다. 새로운 기술과 이를 적용한 신제품을 통해 미래 트렌드를 내다볼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업체 간 보이지 않는 경쟁과 열띤 홍보전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난 4∼7일 태국 방콕 ‘임팩’ 전시장에서 열린 ‘방위·안보(Defence&Security)’ 전시회에 다녀왔다. 50개국 400여개 방산업체가 참여해 각종 방산 무기와 개인 보호 장비들을 선보였다. 한국에서도 한국방위산업진흥회와 16개 업체가 참가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8월 태국 해군 역사상 최대 규모(5억 달러)의 수출 계약을 체결한 3600t급 호위함(frigate) 모형이 전시돼 큰 관심을 모았다.
이번 수출 계약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태국은 6·25전쟁 때 육·해·공군을 가장 먼저 파견했고 함정은 2척을 보냈다. 1·4 후퇴를 하루 앞둔 1951년 1월 3일 태국 호위함 ‘프라세’(Prasae)호와 ‘방파공’(Bangpakong)호는 동해로 출동했다.
그러나 1월 7일 아침 프라세호는 거친 파도에 휩쓸려 38도선 북쪽 16㎞ 해역(속초 인근 해안)에서 좌초하고 말았다. 결국 대한민국의 자유 수호를 위해 이역만리 전장에 파견됐던 프라세호는 차디찬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그로부터 62년이 흐른 2013년 8월 대우조선해양㈜이 태국 해군으로부터 호위함 1척을 수주했다. 전 세계 13개 업체와 경쟁해 이뤄낸 쾌거였다. 현재 태국 해군은 6·25전쟁 중 침몰한 프라세호를 기념해 새로 사들이는 호위함 이름을 ‘프라세’로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전에서 산화한 프라세호가 6·25전쟁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아 세련된 모습으로 되살아나는 셈이다.
4년 후 인도될 이 호위함은 최신예 수상 전투함으로 태국 해역을 지키는 첨병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정호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해군 준장)은 “60여년 전 유엔의 요청으로 한국전에 2척의 호위함을 보내준 태국에 우리가 신세를 갚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방콕 전시회에서는 한국 방위산업의 동남아 지역 수출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서 태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태국은 지난달 ‘서울 국제 항공우주·방위산업 전시회(ADEX)’에 대장급 인사 2명을 파견했고 호위함 외에 214급 잠수함과 K-9 자주포, 차륜형 105㎜ 곡사포, FA-50 등 한국산 무기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또 강병주 전력정책관(소장) 등 8명으로 구성된 국방협력단을 오는 23일 아프리카 보츠와나에 파견한다. 보츠와나는 국산 고등훈련기 T-50과 경공격기 FA-50 구매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보츠와나는 ADEX에 국방부 장관을 파견해 우리나라와 국방 협력을 모색했다. 보츠와나를 교두보로 삼아 동남아, 유럽 및 남미로 다변화된 우리 방산 수출이 아프리카 지역까지 확대되길 기대한다.
이번 전시회 취재를 통해 우리나라 방위산업의 가능성을 보았다. 민간 업체의 선진 기술과 우리 군의 지속적인 전력증강 투자, 정부의 군사외교가 접목된다면 국내 방위산업은 앞으로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전시회에서 만난 국내 방산업체 관계자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국산 무기와 장비를 수출하는 방산업체 모두에게 국가가 상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대에 애국자가 따로 있겠는가. 우리 제품을 세계에 내다 팔아 국부를 늘리고 국위를 선양하는 것이 바로 애국자인 것을.
김재중 정치부 차장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