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FX 방향 수정은 옳다 해도

입력 2013-11-21 17:46

사상 최대 무기도입사업 그토록 허술하게 추진돼서야

우리 공군의 차기전투기(FX) 사업 기종이 미국 록히드 마틴사의 F-35A로 최종 낙착될 모양이다. 합동참모회의가 스텔스 성능과 전자전 성능을 크게 강화한 공군의 작전요구성능(ROC)을 수용키로 함에 따라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전투기는 F-35A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F-35A는 후보 3개 기종 가운데 유일한 5세대 전투기로 꼽혀 왔지만 값이 비싸 예산범위 초과로 일찌감치 탈락했던 바로 그 기종이다. 그런 만큼 들여올 대수는 당초 계획(60대)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이나 일단 방향 수정은 옳다.

물론 최신예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국가방위의 전략적·전술적 목적과 경제적 형편 등 제반여건에 맞는 것이 가장 합당하다. 그러나 발등의 불인 북한의 대남 무력도발과 각각 독도 이어도 등을 둘러싸고 실질적 안보 위협으로 점차 현실화,가시화되고 있는 중국 일본 같은 주변국들의 스텔스 전투기 개발·운용 등 군비강화 움직임에다 마지막 후보 기종으로 남았던 미국 보잉사의 F-15SE가 가진 미흡한 스텔스 기능 등 여러 문제점을 겹쳐보면 F-35A로 방향을 바꾼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실제로 전투기에 관한 한 누구보다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역대 공군 참모총장들은 ‘북한의 조밀한 방공망을 뚫고 핵 위협을 제거하면서 주변국의 위협에도 대처하려면’ F-15SE로는 안 된다며 사실상 F-35A의 도입을 요구했다.

그러나 늦었을망정 방향 수정은 옳다 해도 그렇게 되기까지 과정이나 후폭풍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 무엇보다 F-35A가 공군의 ROC 기준을 충족시키는 유일한 기종이어서 수의계약 방식을 통해 도입할 수밖에 없으나 이 경우 경쟁 입찰에 참여했던 보잉사와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의 격렬한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

앞서 8조3000억원의 예산 한도와 일부 요구조건 미충족을 들어 F-15SE를 유일후보로 만들었던 것처럼 이번엔 스텔스 기능 등 성능을 전제조건화해 F-35A를 단독 후보로 할 거면 애초에 왜 경쟁 입찰을 추진했으며, 경쟁 입찰을 추진하면서도 일관성 없이 비용이나 성능을 실질적인 전제조건으로 만들어 한 기종을 단독 후보로 올려놓고 다른 기종들은 들러리처럼 만들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F-35A는 다른 후보 기종과 달리 미국 정부의 대외군사판매(FMS) 대상 ‘전략품목’이기 때문에 기술이전이 어렵다는 단점을 가진다. FX사업이 국산 전투기 개발사업(KFX)과 연계돼 있음을 감안하면 이는 대단히 부정적인 측면이다. KFX사업의 타당성을 놓고 아직 논란이 있지만 항공기술 확보 및 축적은 국내 미래 산업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다.

그런데도 비용이나 성능에 비해 기술이전 같은 교역조건은 고려할 가치가 없다는 뜻인가. 사상 최대규모의 무기도입사업을 그토록 허술하게 추진해 왔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