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은 투자늘리고 정치권은 발목잡지 말아야
입력 2013-11-21 17:44
내년 한국경제가 올해보다 나아질 것이란 희망적인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 축소 등 외적 불확실성은 남아 있지만 침체국면을 벗어날 기회가 마련된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3.7%, 3.8%로 전망했고, 한국은행과 한국경제연구원(KDI) 역시 각각 3.8%, 3.7%로 내다봤다. 모두 내년도 세계경제성장률 평균전망치인 3.6%를 넘는 수치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9일 내년도 우리 경제성장률을 세계성장률보다 더 높게 가져가겠다고 낙관적인 견해를 밝혔다. 내년이 우리 경제가 정체를 벗어나 회복국면에 들어설 수 있는 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려면 지금부터 다각적인 대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 중에서 기업들의 투자확대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국내 10대 그룹의 금융사를 제외한 82개 상장계열사의 사내유보금이 지난 6월말 현재 477조원으로 3년 전 331조원보다 무려 43.9%나 늘어났다고 한다. 사내 유보율도 292%나 늘어난 1668%로 나타났다. 사내유보금은 말 그대로 기업의 단기이익금 중 세금과 배당 등의 지출을 제외하고 회사 내에 쌓아둔 잉여금을 말한다. 롯데그룹 7개사는 무려 5123%의 사내유보율을 기록했고, 포스코 등 7개사가 3722%, 삼성그룹 13개 상장사가 3707%를 나타냈다. 한마디로 기업들이 투자를 외면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고 곳간에 잔뜩 현금만 쌓아두는 것은 결코 정상이 아니다. 벌써 사내유보금에 과세하자는 비판마저 일고 있다.
이 시점에서 기업의 소극적 투자를 탓하기 앞서 투자를 가로막는 장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장기 글로벌 경기침체 외에 대선정국의 불안심리, 기업규제 강화를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새 정부 들어 시작된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의 무차별 기업조사도 한 요인이다. 국세청은 대기업을 상대로 사정차원의 세무조사에 들어가 있다. 세무조사 대상도 689개에서 1114개로 무려 61.7%나 늘어났다. 검찰수사를 받는 기업도 한두 곳이 아니다. 최근 대기업 상대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CEO의 80% 정도가 내년에 투자를 늘리지 않겠다는 여전히 소극적인 자세를 갖고 있다.
기업은 투자를 통해 성장한다. 어떤 정책이든 지금의 회복국면에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 된다. 국회에 제출된 외국인투자촉진법 등 규제완화 법안들도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 기업들은 비정상적으로 사내유보금만 쌓아둘 게 아니라 적극 투자에 나서고, 정치권과 정부는 기업의 발목을 잡는 반시장적 정책과 기업규제를 조속히 완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