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원의 조직적 선거개입 확인됐다

입력 2013-11-21 17:42

국가정보원의 조직적 선거 개입이 사실로 밝혀졌다. 검찰은 국정원이 지난해 총선과 대선 등 선거에 개입할 목적으로 트위터에 올린 글 약 121만건을 새롭게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121만건은 원래 글 2만6000여건이 자동 복사·전파 프로그램 등을 통해 트윗, 리트윗, 동시트윗 형태로 확대 재생산돼 유포된 것으로 확인됐다.

유포되기 전 원래 글만 2만6000여건인 점에 비춰볼 때 몇몇 직원 개인 차원이 아니라 조직적으로 선거 개입이 이뤄진 게 분명하다. 모두는 아니겠지만 대부분이 국정원 직원에 의해 작성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정원이 극소수 직원의 일탈행위였다고 주장했으나 거짓으로 드러난 셈이다. 정보기관이 선거에 개입해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행위를 한 것은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둔 국가로서 크나큰 수치다.

향후 검찰의 최대 과제는 조직적 개입의 실체를 밝혀내는 것이다. 이미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긴 하지만 수사에 속도를 높여 한점 의혹이 남지 않도록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국정원이 국군 사이버사령부에 ‘심리전 지침’을 주는 등 사실상 선거 개입을 지휘했다는 정황이 일부 드러난 것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국정원 최고위층이 국방부 수뇌부와 교감을 갖고 선거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 청와대가 간여했는지도 수사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검찰이 행여나 축소수사를 시도할 경우 야당이 요구하는 특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수사 초기부터 청와대와 법무부 외압 의혹을 받은 검찰이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성역 없는 수사를 하는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에 대해 축소수사 의혹을 제기하며 수사라인 배제를 요구하고 있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청와대와 정치권은 차제에 국정원을 제대로 개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겠다. 나라 지키기와 국익 확보를 위해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조직이 정치와 선거에 관심을 쏟는다면 존재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