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철학자 스피노자를 통한 감정세계로의 탐험

입력 2013-11-21 17:18


강신주의 감정수업/강신주(민음사·1만9500원)

철학자 강신주가 묻는다. “자기 감정의 주인으로 살고 있느냐”고. 감정을 억누르면서 살면 불행할 수밖에 없는데 정말 계속 그렇게 살 것이냐는 도발이 뒤따른다. 그리곤 인간의 이성이 아니라 감정에 주목했던 17세기 네덜란드 철학자 스피노자를 앞세워 ‘감정 세계’로의 탐험을 제안한다. 스피노자가 저서 ‘에티카’에서 소개한 48종의 감정 지도를 손에 들고.

스피노자가 ‘인간이 자기 자신과 자기 활동 능력을 고찰하는 데서 생기는 기쁨’이라고 설명한 ‘자긍심’ 코너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체코 소설가 밀란 쿤테라가 기다린다. 저자는 쿤테라의 소설 ‘정체성’의 주인공을 통해 자긍심이라는 감정의 요체를 보여준다. ‘비루함’은 이반 투르게네프의 ‘무무’에서 확인하고 마누엘 푸익의 ‘거미여인의 키스’에선 ‘감사’를 읽어낸다.

저자가 문학 작품을 동원한 실질적 이유는 출판사의 제안 때문이었지만, “위대한 작품은 어떤 특정한 감정의 아우라에서 펼쳐진다는 것을 배웠다”는 저자의 말이 무색하지 않게 각각의 작품이 보여주는 인간의 감정에 대한 고찰과 묘사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저자의 당부대로 48개 관문을 모두 통과하면 지금 내 감정이 무엇인지, ‘연민’ 같은 나쁜 감정을 ‘사랑’이란 좋은 감정으로 착각한 건 아닌지 예전보다 조금은 더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