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방학동에 시인 김수영 문학관 들어선다

입력 2013-11-21 17:13


한국 현대시의 지평을 확장시킨 대표적인 참여파 시인 김수영(1921∼1968) 시인을 기리는 문학관이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들어선다. 도봉구(구청장 이동진)가 방학3동 문화센터를 리모델링한 ‘김수영문학관’엔 시인의 작품 초고와 번역 원고 등 육필 원고와 유품이 전시되고 시인이 생전에 사용하던 서재 체험 공간도 마련된다.

방학 3동 주민이자 시인의 여동생인 김수명씨와 아내 김현경씨가 평생 간직해 온 원고와 유품을 내놨다. 1층엔 전시실·수장고·사무실이 자리 잡고 2층엔 김 시인의 서재가 복원되며 3층엔 작은 도서관이, 옥상엔 정원과 휴게실이 조성된다.

시인의 생가는 종로구 관철동이지만 도봉구엔 시인의 묘지와 시인의 대표작 ‘풀’이 새겨진 시비(詩碑)가 위치하고 있는 것은 물론 김 시인의 어머니가 살았던 본가가 있었기에 연고권으로 말하자면 1956년부터 교통사고로 작고한 68년까지 그가 살았던 서울 마포구 구수동에 비해 더욱 친연한 공간이기도 하다.

김현경씨는 “당시 김 시인의 어머니와 동생들이 살던 도봉구에 일주일에 한 번 가는 게 우리에게 큰 즐거움이었다”며 “김 시인이 세상을 떠난 뒤 15번의 이사를 하면서도 김 시인의 원고는 물론 메모지 한 장 잃어버리지 않고 챙겨왔는데 이렇게 문학관이 생겨서 다행”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김수명씨도 “작고한 지 45년 만에 문학관이 세워지게 돼 감개무량하다”면서 “가족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가능한 한 협조를 했고 앞으로도 문학관 운영과 관련해 도울 일이 있으면 돕겠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개관식은 27일 열린다. 유족과 도봉구청장, 문학관 추진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현판을 제막하고 민음사가 주관해온 김수영문학상 수상자들이 시를 낭송한다. 이어 ‘시인들의 시인 김수영의 현대’를 주제로 한 학술회의가 열린다. 도봉구는 김수영문학관과 인근의 800년 된 은행나무, 연산군묘, 정의공주묘 등을 묶어 ‘문화의 거리’로 명명했으며 은행나무 앞에 시인의 시 ‘거대한 뿌리’를 새긴 시비를 세울 계획이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