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이고 꼬인 한·일 관계… 돌파구가 안보인다
입력 2013-11-20 18:16 수정 2013-11-20 22:24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 관계가 전혀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양국 모두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일정 기간의 밀월(蜜月)도 없이 출발부터 계속 꼬이고 있다. 관계 개선이 필요하지만 내년에도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냉랭한 관계가 계속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한·일 관계 내년도 여전히 불투명=현재 한·일 두 나라 사이에는 관계 호전을 이끌 모멘텀이 부재한 상황이다.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는 지난해 말, 박근혜 정부는 올해 2월 출범했다. 이웃 국가인 만큼 정권 출범 초기에는 표면적인 정부 당국 간 교류가 이뤄지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급속도로 악화된 양국 관계는 양국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계속되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당초 지난 4월 일본을 방문,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직전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참배하자 이를 취소했다. 이후 한·일 간 정상회담은 물론 한·중·일 3국 정상회담 역시 열리지 못했다. 정부 소식통은 20일 “현재 한·일 관계는 정치적 측면에서 호재는 없고 갈등의 불씨만 도사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역사인식 전환 기대도 난망=근본적인 문제는 일본 정치지도자들의 역사인식에 대한 왜곡된 태도 탓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달 초 유럽 순방 당시 기자회견에서 “현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하면 오히려 관계 악화라는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들 역시 자신들 희망과는 달리 한국 정부가 정상회담을 거부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최근 일본을 방문한 국회의원들과의 만남에서 과거사에 대해 “통석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발언하는 등 관계 개선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양국 관계를 호전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정부는 일본의 정치지도자들이 A급 전범들을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과거사 왜곡 발언을 계속하는 한 관계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윤 장관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안중근 의사를 ‘범죄자’로 표현한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발언에 대해 “몰역사적인 발언으로 우리 국민으로서는 용납할 수 없다”며 “일본 지도자들이 제국주의 역사에 대해 철저히 반성하고 사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세코 히로시게 일본 관방 부(副)장관은 이날 다시 “안중근은 사형 판결을 받은 인물이라는 식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관방장관 발언을 철회하거나 사과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집단적 자위권은 여전한 불씨 소지=일본이 추진 중인 집단적 자위권 문제는 내년 한·미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안이 구체화되면 다시 한 번 한·일 간 대립으로 비화될 소지가 있다. 특히 이 문제는 강력 반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리 정치권을 중심으로 커지는 등 국내에서 한껏 점화된 상태다.
그러나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러시아 호주 등 국제사회는 일본 움직임에 대해 지지 또는 이해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제법적으로도 이를 제한할 근거는 없다. 따라서 조약 등을 근거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하는 정부로선 우군 없는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이밖에 최근 잇따르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자 피해 배상 판결은 일본에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 무효화라는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어 이에 따른 대응책 마련도 시급한 상황이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